포켓몬 블랙버전

P415

바이노럴 톤(Binaural tone)을 첨가하여 듣는이에게 동조를 일으킴 헤드셋을 이용하여 들을 경우 자살충동률을 67%에 이르게 만드는 bgm 포켓몬 마을중 하나인 라벤더 타운의 bgm이며 67%의 어린이들이 자살충동을 느꼇다고 대답함.

나는 당신이 '포켓몬스터 해킹버전 수집가' 라고 부를만한 사람이다.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제이드, 카오스 블랙 등등. 전당포, 굿윌마켓(기증받은 물건 등을 싸게 판매하는 곳), 벼룩시장 등에서 그걸 발견하는 빈도는 놀라울 정도로 잦다.

그래도 그것들은 대체로 재미있다; 비록 플레이할 수는 없다 해도 -그리고 거의가 그랬다, 그 해킹 버전들의 잦은 오역과 낮은 퀄리티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웃기기도 했다.

나는 내가 온라인에서 플레이한 대부분의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게임이 하나 있었다.
나는 5년 전 벼룩시장에서 그걸 샀다. 혹시나 누군가가 알아볼 수도 있으므로 여기에 그 게임팩의 사진을 올린다.

불행하게도 나는 2년 전 이사하면서 그 게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스크린샷을 올릴 수는 없다. 미안.
게임은 레드, 블루 버전의 인트로와 같이 니드리노와 팬텀이 싸우는 익숙한 화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Press Start(시작 버튼을 누르시오)" 화면이 달라져 있었다.

레드(주인공)가 화면에 있었지만 포켓몬들이 원래 버전과는 다르게 한마리 한마리씩 돌고 있지를 않았다. 그리고 포켓몬스터 라는 로고 아래에 "Black Version(블랙 버전)" 이라는 글귀도 쓰여 있었다.

"New Game(새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자, 오박사의 연설로 시작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 레드 버전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스타터(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중 하나)를 선택하고 소지 포켓몬 목록을 보았더니 스타터 다음에 또다른 포켓몬이 하나 있었다 - "GHOST(유령)". 그 포켓몬의 레벨은 1이었고, 실프 스코프를 얻기 전 보라 타운에서 마주친 그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술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 "Curse(저주)". 나도 물론 진짜 '저주'라는 기술이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1세대(레드, 블루, 그린, 피카츄 버전)에선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해킹 버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대 포켓몬은 유령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 상대는 너무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배틀 중 "저주" 기술이 쓰였을 때, 스크린은 온통 검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상대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울음소리는 왜곡됐었고 원래보다 낮은 음높이로 들렸었다.

그리고 배틀 화면이 돌아오면서 상대 포켓몬은 사라져 있었다. 만약 트레이너의 포켓몬을 상대로 이 기술을 썼다면, 좌측 상단에 잔여 포켓몬 수를 나타내는 몬스터볼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있었다. 이것의 함축적인 의미는 그 포켓몬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한 건 뭐냐면 트레이너를 이기고 "레드는 이겨서 $200을 얻었다!" 라는 문구 후에 배틀 커맨드가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만약 "Run(도망가기)"를 선택한다면, 배틀은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끝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저주였다. 만약 저주를 선택한다면, 배틀 화면이 끝나고 필드로 돌아오면서 트레이너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그 상태에서 그 자리를 떠났다가 돌아오면, 트레이너가 [있던] 자리는 보라 타운의 묘지에 있던 그 비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주"라는 기술은 언제나 쓰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은 유령 포켓몬한텐 통하지 않았으며, 라이벌이나 비주기같이 다시 마주쳐야 되는 트레이너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최종 결전에선 쓸 수 있었다(챔피언전, 상록시티 짐전 등). 나는 이게 이 게임의 특징 정도라고만 알았다, 저번에는 잡을 수 없었던 유령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저주가 게임을 너무 쉽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는 내내 저주를 남발하고 다녔다.

사천왕을 이긴 후 게임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유령과 함께 레벨이 엄청 낮은 두 포켓몬만을 보여주는 명예의 전당을 본 후, 화면은 검게 변했다. 그리고 "수십년 후…" 라는 문구가 뜨면서 보라 타운의 모습이 비춰졌다. 한 노인이 묘비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바로 내 캐릭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노인은 평소 걸음걸이의 절반 속도로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 포켓몬도 지니고 있지 않았으며, 유령도 없었다, 여태까지는 그 유령은 PC에 넣어 파티에서 제외시킬 수도 없었는데.

바깥 세상은 온통 텅 비어 있었다 - 아무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저주를 썼던 트레이너의 비석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시점에선 나는 바깥 세상의 꽤나 많은 곳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었다, 비전머신을 쓸 수 있는 포켓몬이 없다는 사실만을 제외하면. 그리고 네가 어디로 가던 간에, 보라 타운의 음악이 무한반복으로 재생되었다(이해를 돕기 위해 보라 타운 음악을 첨부합니다).

한동안 방황한 이후, 나는 디그다의 동굴로 가면 반대편에서 회색 시티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풀베기 나무가 없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말인 즉슨 계속 가면 태초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태초 마을의 집에 돌아와서 내가 게임을 시작했던 바로 그 위치에 서니,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캐터피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이어서 뿔충이, 구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것이 다시 꼬렛, 거북왕의 모습으로 변할 즈음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건 이것들이 내가 '저주'를 썼던 포켓몬들이었다는 것이었다.

내 라이벌의 팀까지 끝난 후, 꼬마애의 모습이 보이고 이어 벌레잡이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내가 저주를 썼던 트레이너들이었다.

이 나열이 지속되는 동안, 보라 타운의 노래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그 음높이가 낮아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라이벌이 화면에 비칠 즈음, 그것은 악마의 외침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시 화면이 검어졌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배틀 화면이 나타났다 - 내 트레이너 모습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상록 시티에서 포켓몬 잡는 법을 알려준 그 노인의 모습이랑 똑같았다. 반대편에는 유령이 나타났다, "유령이 싸움을 걸어왔다!" 라는 말과 함께.

나는 아이템도 쓸 수 없었고, 포켓몬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단 하나의 선택지는 "FIGHT(싸우기)" 뿐이었다.
싸우기를 선택하자 바로 발버둥(모든 기술 PP 다 떨어졌을 때 나오는 기술)이 써졌다. 그것은 유령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나의 HP를 깎아먹을 뿐이었다. 유령이 공격할 차례가 되자, 유령은 “…” 라고만 할 뿐이었다.

결국 나의 HP가 한계에 다다르자 유령은 결국 저주를 썼다. 화면은 다시, 마지막으로 검게 변했다. 무슨 버튼을 누르던지 간에, 그 검은 화면에 영원히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보이 전원을 끄는 것 뿐이었다.

다시 그 게임을 시작하자, 유일한 선택지는 "새 게임 시작" 밖에 없었다 - 게임이 세이브 파일을 지워버린 것이었다. 나는 이 해킹 버전 게임을 수없이 플레이했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이 순서와 함께 끝났다.

몇번 정도는 유령을 전혀 쓰지 않고도 진행해 보았다, 비록 파티에서 제외할 수는 없었지만. 이 경우에는, 어떤 포켓몬이나 트레이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바로 유령과의 극적인 배틀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해킹 버전의 제작자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해킹 버전은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 이득이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이 버전은 해킹 버전 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었다. 나는 제작자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걸 만들지 않았나 싶다; 비록 나만 그 메시지를 받은 것 같지만. 나는 그게 뭐였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 죽음의 불가피함? 죽음의 무의미함?

아마도 그는 단순히 악의적으로 아이들 게임에 죽음과 어두운 면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쨌던 그건 상관 없고, 이 '어린이'들의 게임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를 울게 만들었다.

-이글의주인공의그뒷이야기-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초등학교에서 만났다. 나는 포켓몬 블루 버전을, 녀석은 포켓몬 레드 버전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같이 대전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고 연락은 뜸해졌다.

그러다 포켓몬 펄과 다이아 버전이 출시되자 우리는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고 같이 와이파이로 대전을 하는 등 다시 친해질 기미를 보였다.

어느 날 친구는 포켓몬의 옛날 버전을 다시 깨보려고 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글쎄,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수 도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나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그는 혼자서 레드 버전을 플레이했다.

그 후 나는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3주 후, 그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인은 갑작스러운 발작이었다. 그의 룸메이트가 방에서 헤드폰을 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신고했으나 이미 늦었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에서 나는 그 룸메이트에게 내 친구가 최근 라벤더 타운과 그 배경음악에 이상할 만큼 집착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친구는 원래 음악 엔지니어링이 전공이었고, 작은 소리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민감한 녀석이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만, 당시의 집착은 정도가 심했었다고 한다.

룸메이트에 따르면, 그는 라벤더 타운에 다다르자마자 배경음악을 추출해내 이것저것 실험을 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그는 포켓몬 그린의 초기 특판 버전의 라벤더 타운 무수정 음원을 얻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앞서 말한 무수정 음원이라고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이 음악의 주파들은 다른 것들과 달라;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서로 조합돼. 그런데 무언가가 부족해. 무언가 추가되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아마 게임보이에서는 재생이 불가능했을거야. 그때는 기술이 제한적이었으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노트북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최근 문서'에 들어가보니 나와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Lavender.wav'라는 파일이 가장 위에 있었다. 나는 슬픔을 느끼며 모든 파일을 내 하드에 복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리기 몇주 전, 갑자기 친구의 죽음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Lavender.wav 오디오 파일의 Properties dialogue box(*음원에 대해 무언가 메모해 놓는 곳인 것 같습니다)에 들어가 보았다. 메모에는 'Binaural Tone(이해하시려면 P.S.1을 읽으세요),필요한 주파수 추가. 나는 Lavender Town의 배경음악이 왜 슬프게 들리는지 알았고, 사라진 부분에 대해서도 알았다.' 라고 적혀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플레이 횟수였다.

한번.

나는 온라인 상의 지인에게 부탁해 오디오 파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받았고, 위의 비디오는 이것을 사용해 Lavender.wav를 분석하는 것을 녹화한 것이다. 물론 스피커를 꺼놓은 채로 했고, 이 비디오서 나오는 음악도 Lavender.wav가 아니라 일반적인 Lavender town extended version의 음악을 덮어씌운 것이다. 나는 내 친구 Anthony의 죽음에 아직까지도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저 음원도 결코 들어보지 않을 것이다.

포켓몬 블랙버전

P415

바이노럴 톤(Binaural tone)을 첨가하여 듣는이에게 동조를 일으킴 헤드셋을 이용하여 들을 경우 자살충동률을 67%에 이르게 만드는 bgm 포켓몬 마을중 하나인 라벤더 타운의 bgm이며 67%의 어린이들이 자살충동을 느꼇다고 대답함.

나는 당신이 '포켓몬스터 해킹버전 수집가' 라고 부를만한 사람이다.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제이드, 카오스 블랙 등등. 전당포, 굿윌마켓(기증받은 물건 등을 싸게 판매하는 곳), 벼룩시장 등에서 그걸 발견하는 빈도는 놀라울 정도로 잦다.

그래도 그것들은 대체로 재미있다; 비록 플레이할 수는 없다 해도 -그리고 거의가 그랬다, 그 해킹 버전들의 잦은 오역과 낮은 퀄리티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웃기기도 했다.

나는 내가 온라인에서 플레이한 대부분의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게임이 하나 있었다.
나는 5년 전 벼룩시장에서 그걸 샀다. 혹시나 누군가가 알아볼 수도 있으므로 여기에 그 게임팩의 사진을 올린다.

불행하게도 나는 2년 전 이사하면서 그 게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스크린샷을 올릴 수는 없다. 미안.
게임은 레드, 블루 버전의 인트로와 같이 니드리노와 팬텀이 싸우는 익숙한 화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Press Start(시작 버튼을 누르시오)" 화면이 달라져 있었다.

레드(주인공)가 화면에 있었지만 포켓몬들이 원래 버전과는 다르게 한마리 한마리씩 돌고 있지를 않았다. 그리고 포켓몬스터 라는 로고 아래에 "Black Version(블랙 버전)" 이라는 글귀도 쓰여 있었다.

"New Game(새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자, 오박사의 연설로 시작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 레드 버전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스타터(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중 하나)를 선택하고 소지 포켓몬 목록을 보았더니 스타터 다음에 또다른 포켓몬이 하나 있었다 - "GHOST(유령)". 그 포켓몬의 레벨은 1이었고, 실프 스코프를 얻기 전 보라 타운에서 마주친 그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술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 "Curse(저주)". 나도 물론 진짜 '저주'라는 기술이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1세대(레드, 블루, 그린, 피카츄 버전)에선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해킹 버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대 포켓몬은 유령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 상대는 너무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배틀 중 "저주" 기술이 쓰였을 때, 스크린은 온통 검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상대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울음소리는 왜곡됐었고 원래보다 낮은 음높이로 들렸었다.

그리고 배틀 화면이 돌아오면서 상대 포켓몬은 사라져 있었다. 만약 트레이너의 포켓몬을 상대로 이 기술을 썼다면, 좌측 상단에 잔여 포켓몬 수를 나타내는 몬스터볼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있었다. 이것의 함축적인 의미는 그 포켓몬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한 건 뭐냐면 트레이너를 이기고 "레드는 이겨서 $200을 얻었다!" 라는 문구 후에 배틀 커맨드가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만약 "Run(도망가기)"를 선택한다면, 배틀은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끝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저주였다. 만약 저주를 선택한다면, 배틀 화면이 끝나고 필드로 돌아오면서 트레이너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그 상태에서 그 자리를 떠났다가 돌아오면, 트레이너가 [있던] 자리는 보라 타운의 묘지에 있던 그 비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주"라는 기술은 언제나 쓰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은 유령 포켓몬한텐 통하지 않았으며, 라이벌이나 비주기같이 다시 마주쳐야 되는 트레이너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최종 결전에선 쓸 수 있었다(챔피언전, 상록시티 짐전 등). 나는 이게 이 게임의 특징 정도라고만 알았다, 저번에는 잡을 수 없었던 유령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저주가 게임을 너무 쉽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는 내내 저주를 남발하고 다녔다.

사천왕을 이긴 후 게임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유령과 함께 레벨이 엄청 낮은 두 포켓몬만을 보여주는 명예의 전당을 본 후, 화면은 검게 변했다. 그리고 "수십년 후…" 라는 문구가 뜨면서 보라 타운의 모습이 비춰졌다. 한 노인이 묘비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바로 내 캐릭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노인은 평소 걸음걸이의 절반 속도로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 포켓몬도 지니고 있지 않았으며, 유령도 없었다, 여태까지는 그 유령은 PC에 넣어 파티에서 제외시킬 수도 없었는데.

바깥 세상은 온통 텅 비어 있었다 - 아무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저주를 썼던 트레이너의 비석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시점에선 나는 바깥 세상의 꽤나 많은 곳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었다, 비전머신을 쓸 수 있는 포켓몬이 없다는 사실만을 제외하면. 그리고 네가 어디로 가던 간에, 보라 타운의 음악이 무한반복으로 재생되었다(이해를 돕기 위해 보라 타운 음악을 첨부합니다).

한동안 방황한 이후, 나는 디그다의 동굴로 가면 반대편에서 회색 시티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풀베기 나무가 없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말인 즉슨 계속 가면 태초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태초 마을의 집에 돌아와서 내가 게임을 시작했던 바로 그 위치에 서니,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캐터피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이어서 뿔충이, 구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것이 다시 꼬렛, 거북왕의 모습으로 변할 즈음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건 이것들이 내가 '저주'를 썼던 포켓몬들이었다는 것이었다.

내 라이벌의 팀까지 끝난 후, 꼬마애의 모습이 보이고 이어 벌레잡이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내가 저주를 썼던 트레이너들이었다.

이 나열이 지속되는 동안, 보라 타운의 노래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그 음높이가 낮아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라이벌이 화면에 비칠 즈음, 그것은 악마의 외침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시 화면이 검어졌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배틀 화면이 나타났다 - 내 트레이너 모습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상록 시티에서 포켓몬 잡는 법을 알려준 그 노인의 모습이랑 똑같았다. 반대편에는 유령이 나타났다, "유령이 싸움을 걸어왔다!" 라는 말과 함께.

나는 아이템도 쓸 수 없었고, 포켓몬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단 하나의 선택지는 "FIGHT(싸우기)" 뿐이었다.
싸우기를 선택하자 바로 발버둥(모든 기술 PP 다 떨어졌을 때 나오는 기술)이 써졌다. 그것은 유령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나의 HP를 깎아먹을 뿐이었다. 유령이 공격할 차례가 되자, 유령은 “…” 라고만 할 뿐이었다.

결국 나의 HP가 한계에 다다르자 유령은 결국 저주를 썼다. 화면은 다시, 마지막으로 검게 변했다. 무슨 버튼을 누르던지 간에, 그 검은 화면에 영원히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보이 전원을 끄는 것 뿐이었다.

다시 그 게임을 시작하자, 유일한 선택지는 "새 게임 시작" 밖에 없었다 - 게임이 세이브 파일을 지워버린 것이었다. 나는 이 해킹 버전 게임을 수없이 플레이했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이 순서와 함께 끝났다.

몇번 정도는 유령을 전혀 쓰지 않고도 진행해 보았다, 비록 파티에서 제외할 수는 없었지만. 이 경우에는, 어떤 포켓몬이나 트레이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바로 유령과의 극적인 배틀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해킹 버전의 제작자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해킹 버전은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 이득이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이 버전은 해킹 버전 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었다. 나는 제작자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걸 만들지 않았나 싶다; 비록 나만 그 메시지를 받은 것 같지만. 나는 그게 뭐였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 죽음의 불가피함? 죽음의 무의미함?

아마도 그는 단순히 악의적으로 아이들 게임에 죽음과 어두운 면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쨌던 그건 상관 없고, 이 '어린이'들의 게임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를 울게 만들었다.

-이글의주인공의그뒷이야기-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초등학교에서 만났다. 나는 포켓몬 블루 버전을, 녀석은 포켓몬 레드 버전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같이 대전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고 연락은 뜸해졌다.

그러다 포켓몬 펄과 다이아 버전이 출시되자 우리는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고 같이 와이파이로 대전을 하는 등 다시 친해질 기미를 보였다.

어느 날 친구는 포켓몬의 옛날 버전을 다시 깨보려고 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글쎄,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수 도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나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그는 혼자서 레드 버전을 플레이했다.

그 후 나는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3주 후, 그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인은 갑작스러운 발작이었다. 그의 룸메이트가 방에서 헤드폰을 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신고했으나 이미 늦었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에서 나는 그 룸메이트에게 내 친구가 최근 라벤더 타운과 그 배경음악에 이상할 만큼 집착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친구는 원래 음악 엔지니어링이 전공이었고, 작은 소리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민감한 녀석이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만, 당시의 집착은 정도가 심했었다고 한다.

룸메이트에 따르면, 그는 라벤더 타운에 다다르자마자 배경음악을 추출해내 이것저것 실험을 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그는 포켓몬 그린의 초기 특판 버전의 라벤더 타운 무수정 음원을 얻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앞서 말한 무수정 음원이라고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이 음악의 주파들은 다른 것들과 달라;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서로 조합돼. 그런데 무언가가 부족해. 무언가 추가되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아마 게임보이에서는 재생이 불가능했을거야. 그때는 기술이 제한적이었으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노트북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최근 문서'에 들어가보니 나와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Lavender.wav'라는 파일이 가장 위에 있었다. 나는 슬픔을 느끼며 모든 파일을 내 하드에 복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리기 몇주 전, 갑자기 친구의 죽음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Lavender.wav 오디오 파일의 Properties dialogue box(*음원에 대해 무언가 메모해 놓는 곳인 것 같습니다)에 들어가 보았다. 메모에는 'Binaural Tone(이해하시려면 P.S.1을 읽으세요),필요한 주파수 추가. 나는 Lavender Town의 배경음악이 왜 슬프게 들리는지 알았고, 사라진 부분에 대해서도 알았다.' 라고 적혀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플레이 횟수였다.

한번.

나는 온라인 상의 지인에게 부탁해 오디오 파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받았고, 위의 비디오는 이것을 사용해 Lavender.wav를 분석하는 것을 녹화한 것이다. 물론 스피커를 꺼놓은 채로 했고, 이 비디오서 나오는 음악도 Lavender.wav가 아니라 일반적인 Lavender town extended version의 음악을 덮어씌운 것이다. 나는 내 친구 Anthony의 죽음에 아직까지도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저 음원도 결코 들어보지 않을 것이다.

죽음의 시간읗 통보받은 사형수 관찰록

P373

존 힉스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녹음만이 흘러나왔다.

2005년 11월 29일 오전 6시. 힉스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일어났다.
면도를 하고 침대를 정리한 뒤 옷을 갈아입었으며 독방에서 무언가를 읽고 있다.

10분 뒤 힉스는 아침식사를 거르겠다고 말했다. 6시24분 . 그는 마음을 바꿔 스위트 롤 2개를 달라고 했다. 9분 뒤 그는 치아를 닦고 자리에 앉아 성서를 읽었다.

6시40분,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여전히 받지를 않는다. 그는 샤워를 하기로 했다. 6시 44분. 그는 전화를 걸 시간이 많지 않다. 3시간 뒤에 사형집행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오하이오주가 사형을 부활한 뒤 주 교도당국은 사형수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에 남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사형수가 루카스빌의 주립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로 삶을 마감했다.

루카스빌 교도소는 사형수가 입감하는 날부터 그 다음날 장의사가 시신을 옮겨갈 때까지 사형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AP통신은 정보 공개 요청을 통해 이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자료는 아무런 감정이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이들의 행동을 일지 식으로 차갑게 기술하고 있다.

2001년 6월 14일 오전 5시 2분. 절도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른 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존 D. 스콧은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형집행 5시간 전이다. 2003년 4월 28일 오후 1시32분. 여자를 목 조르고 칼로 찔러 죽인 사형수 데이비드 브루어는 이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9분 뒤 브루어는 소감을 피력했고 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해가 눈부셔 오늘 아침에는 거동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많은 새 차들을 보았다."

기록자는 형장에서 불과 17 걸음 떨어진 독방의 맞은 편 책상에 앉아 사형수들을 관찰한다. 관찰 기록은 가끔 철자가 틀리거나 문법상의 오류가 있다.

관찰기록에 따르면 일부 사형수는 죄과를 받아들인다. 마약을 대기 위한 돈이 필요해 잠들어 있던 부모를 죽인 스콧 밍크는 형제.자매들로부터 스스로를 용서하라는 말을 들었다. 기록은 이렇게 적혀 있다. "그는 미안해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임박했어도 후회함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앤드루 데니스는 필요한 것이 있느냐는 교도관의 말에 "여기서 나갈 헬리콥터를 달라"고 답했다.

그는 1994년 절도 행각을 벌이다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은 사람에게 총질을 했다. 마지막 식사는 생선 구이와 마늘빵, 3개의 파이였다. 그는 배를 채운 뒤 위장이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에는 적혀 있다.

오전 10시 10분에 그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 관찰기록에 의하면 세상의 마지막 밤을 맞은 사형수들은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숙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허먼 애쉬워스는 2005년 9월 26일 오전 9시 22분 도착해 다음달 오전 10시 19분 사망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는 밤새도록 편지를 쓰고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았다. 간간이 담배를 피우고 청량 음료수도 마셨다.

애쉬워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9시9분의 기록은 "무릎을 꿇고 나직이 흐느끼고 있다"고 적고 있다.

2002년 2월18일 오후 4시21분. 사형수 존 버드를 관찰한 기록은 교도관이 그가 물리친 샐러드를 "나중에 다시 달라고 할 경우를 대비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나중'은 결코 오지 않았다.

사형수 조지프 클라크는 마지막 날 아침에 기상하자 탈취제를 몸에 뿌렸다. 존 글렌 로우는 전날 밤 목이 아프다며 따뜻한 소금물을 달라고 말했다.

윌리엄 스미스는 독방의 창과 벽, 문을 청소한 뒤 교도소 내 도서실에서 가져온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관찰기록은 그가 책을 다 읽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사형수들은 변호인, 교도관들과 스포츠에 대해 얘기를 하곤 한다. 형집행이 임박했지만 웃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사형수 스코트 밍크는 "담배 하나를 더 피운 다음 끊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전 9시 29분에 기록된 내용이다. 형집행 1시간 전이었다.

일부 사형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법률 서류와 씨름하기도 한다. 형집행을 막기 위해 법정에 제출할 서류를 타이핑하거나 문서를 팩스로 전송한다는 것.

엄마에게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던 존 힉스는 8시 6분 목사를 다시 불렀다. 8시 8분 교도관이 힉스의 엄마를 전화로 연결했다. 두 사람은 4분 동안 통화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그 내용은 적지 않고 있다.

"힉스는 전화를 끊은 뒤 목사와 다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힉스는 간호사를 불러 진정제를 달라고 했다. 그는 목사와 다시 대화를 나눈 뒤 8시 28분 잠시 볼 일을 보았다. 힉스는 그 다음 1시간을 목사와 다시 얘기하고 성서를 읽었다. 중간에 물 한 컵을 마셨다.

[오유] 은둔

두꺼운 커튼이 창문을 가려 밤인지 낮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멎어 버린 시계 밑으로 몇 가닥의 먼지 묻은 거미줄이 노인의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낀다.

멈춰 버린 시계와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버린 내 삶이 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작은 방에 도사리고 앉아 죄책감에 쪼그라들어 간다.

끼이익.

밖에서 마루를 걸어가는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낡고 들뜬 마루판은 누나의 얼마 되지 않는 체중에도 쉽게 비명을 토해 낸다.
정신을 놓은 엄마가 발자국 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화장실 변기통에 머리를 찧으며 죽은 형을 부른다.

"민재야.... 민재야.... 내 새끼 민재야.... 어디있니? 제발 이 에미한테 돌아오렴."

아마도 그 옆방에선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산송장처럼 누워 피눈물을 삼키고 있겠지.

형이 죽은 건 3년 전이다.
엄마가 미치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내가 이 방에 틀어박힌 것도 모두 3년 전이다.
형이 죽은 그날은 유독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새파랗게 날이 선 매미의 울음소리가 전날 술을 잔뜩 마셔 숙취에 시달리는 내 머릿속을 후벼 팠다.

여름 휴가를 낸 누나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난 후 혼자서 출근 준비를 하던 형은 그런 나를 보고 평소처럼 잔소리를 시작했다.

"넌 이자식아! 젊은 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빈둥거리며 술만 퍼마시고 다닐래? 늙은 부모님이 불쌍하지도 않냐?"

유달리 시끄러운 매미 소리 탓이었을까. 아니면 끔찍한 숙취 탓이었을까. 나는 평소와 달리 형에게 대들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형의 목소리가 너무 짜증스럽게 들려 왔다. 형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나를 경멸하는 뜻을 품고 있는 듯 싶었다.

단순한 형제 싸움이었다. 하지만 가볍게 서로 당기고 밀치고 하다가 넘어진 형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생전 하지 않던 장난을 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반쯤 열린 눈꺼풀 사이로 눈동자가 바짝 오그라든 채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서야 나는 형이 죽었다는 걸 알았다.

3박4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부모님과 누나를 기다린건 폭염 탓에 부패하기 시작한 형의 사체와 토할 것 같은 악취였다.

그날 이후 내게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들이밀었다. 와장창 깨져 버린 행복의 파편 속에 엄마가 미쳐 갔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누나는 웃음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어둡고 습한 이 방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고개 숙인 내 모습 위로 꽂혀오던 아버지의 눈빛을 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눈빛 앞에서 차마 용서를 빌 수도 없었다.

내 작은 방은 그런 칼날 같은 시선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 겨우 침대 하나 들어가는 방에는 마찬가지로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화장실 하나가 붙어 있다.

3년간 내가 한 운동이라고는 이 화장실을 들락거린게 다였다. 하루하루 말라가는 몸과 오그라드는 뼈가 내 키를 5센티미터는 줄여 놓은 듯 하다.

작은 세면대에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셔 겨우 목욕을 하고 누나가 가끔 넣어주는 생필품으로 3년을 버텨 왔다.

"민재야.... 민재야....... 어디 있니? 제발 민재야." 엄마가 다시 형을 부른다.

"엄마, 이러지 마요. 나 좀 봐 봐. 이런다고 죽어 버린 민재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엄마 제발 정신 좀 차려."

엄마를 달래는 누나의 낮은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집안은 조금씩 조용해져 간다.
형을 찾는 엄마의 애절한 부름이 잦아지자 누나의 목소리도 잦아든다. 대신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만 하루 종일 방 밖에서 왔다 갔다 한다.

누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일까. 나는 그런 누나의 발소리를 들으며 방문 아래 작은 구멍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누나가 더 이상 그곳으로 밥을 넣어주지 않는다. 배고픔보다 더 두려운 건, 어쩌면 가족들이 내 존재를 완전히 잊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난 그들의 시선이 두려워 차마 방문조차 열어보지 못한다.

3년 전 내가 방에 틀어박힐 때도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하는 듯 했다.

형은 아직도 내 방 한 구석에 썩어 가고 있다.
분명히 3년 전 형의 죽은 몸뚱이는 뜨거운 화장터 불길 속에서 한줌의 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여전히 내 방에 남아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 문드러진 그 눈동자로 집요하게 날 쳐다보며 웃고 있다.

나를 봐라. 내가 썩어가고 있다. 이것 봐라. 이렇게 조금만 건드려도 내 썩은 살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뭉개진다. 네가 원한게 이런 거였니. 이리 와서 내 옆에 누워 봐라.
형은 그렇게 썩은 입과 눈으로 쉼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떤 때는 지독한 독설로. 또 어떤 때는 상냥한 유혹으로 나에게 죽음을 공유하자고 속삭인다.

오늘은 정말로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다. 밥을 주지 않는 것은 밖으로 나오라는 뜻일까. 아니면 죽으라는 뜻일까. 벌써 며칠이나 굶었을까. 엄마가 다시 형을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는 죽은 형을 무덤에서 불러내기로 작정이라도 한듯하다.

"민재야.... 민재야.... 내 새끼 민재야.... 어디냐....... 어디 있는 거냐..... 민재야.... 민재야."

난 방문 앞으로 바짝 다가 앉는다. 한줌의 기운도 들어 있지 않은 듯한 엄마의 음성.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은 엄마.

그때였다.

숨소리. 아주 가까운 곳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문틈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댄다. 그러자 문틈 사이로 숨을 쉬는 듯한 미세한 바람이 규칙적으로 흘러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누구야. 엄마야? 아니면 누나? 숨소리가 '히히히' 하고 웃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앉는다. 누가 내 방문 틈으로 코를 들이대로 웃는 것이었다.

누굴까.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히히히. 너무나도 음산하고 기이한 웃음소리였다. 웃음 뒤에 빠드득 하고 문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그 소리에 흠칫 소름이 돋는다.

대체 누굴까.

엄마인가?

아니면 누나인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손잡이 아래의 열쇠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열쇠 구멍을 통해 보이는 바깥은 너무 어두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려 하자 열쇠 구멍 너머에서 어렴풋이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열쇠 구멍 저편에서 또 다른 눈동자가 날 보고 있었던 것이다.
형의 썩어가던 눈동자처럼 탁한 눈동자가 문 건너편에서 열쇠 구멍을 통해 방 안을 훔쳐 보고 있었다.

"누.... 누구야!"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던 내 목에서 갈라지는 탁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목소리에 놀랐는지 누군가 마루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반대편 문이 쾅 하고 닫힌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나 방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마루 괘종시계의 규칙적인 초침 소리와 무거운 적막이 묵직하게 집안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조용해졌다. 형을 부르던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금 방 안을 들여다 보던 그 탁한 눈동자의 주인공은 엄마였을까. 다시 방문 앞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나는 바싹 방문 앞으로 가 소리쳤다.

"누나! 누나지? 저기, 방금 내 방 들여다 본 사람이 엄마였어?"

누나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힘없이 마루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누.... 누나!"

내 떨리는 목소리에 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루에서 소리를 내며 걷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누나였다.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왜 나를 무시하는 거지? 혹시 누나는 내가 죽길 바라는 건가. 그래서 밥도 주지 않는 건가.

넋이 나간 엄마도 죽어가는 내 모습을 확인하려고 내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는데, 이젠 감각조차 없다. 스르르 졸음이 몰려온다. 나는 규칙적인 시계 초침소리를 들으며 온 가족이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웃으며 손을 내미는 꿈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얼마나 잔 것일까.

자고 일어나니 이전보다 더한 허기가 밀려온다. 빈 속으로부터 꾸역꾸역 헛구역질이 넘어온다.
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방에 붙어 있는 작은 화장실로 들어가 수도를 틀어 물을 마신다. 세면대 거울에 비춰진 내 얼굴의 검게 변한 눈두덩이 속에서 퀭한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게 보인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누나의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방문 앞으로 다가가 간신히 누나를 소리쳐 부른다.

"누나.... 내 말 들려? 누나?"

누나를 보기 위해 열쇠 구멍을 들여다 보려던 나는 다시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나 앉는다. 또 그 섬뜩한 눈동자가 열쇠 구멍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구야! 엄마예요? 엄마야?"

순간 누가 쾅 하고 방문을 부술 것처럼 두들긴다.

쾅쾅쾅.

문이 안 열리자 이번에는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격렬하게 흔든다. 금방이라도 문이 왈칵 열리고 끔찍한 뭔가가 들이닥칠 것 같아 나는 방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숨을 다잡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문이 조용해 지더니 거짓말처럼 정적이 찾아들었다.
도대체 누구지. 누가 3년간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저 문을 열려고 하는 거지? 그때 방문 아래 구멍으로 뭔가가 꿈틀거리며 기어든다.

손가락이었다.

검게 죽은 손톱이 붙어 있는 손가락 네 개가 구멍으로 들어와 방바닥을 더듬는 것처럼 긁기 시작했다.

파닥 파닥 파닥....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검은 손가락이 손톱을 바짝 세워 점점 신경질적으로 방바닥을 긁어댄다.

"누구야! 저리가! 저리 가란 말이야!"

그 소리에 손가락이 문틈 저쪽으로 사라진다. 문득 누군가 이 안으로 들어와 날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애착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3년간 숨어 있던 이 방에서 처음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을 빠져나가 나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 이 방을 나가자. 이 집을 나가자. 죽은 형이 웅크리고 앉아 있고 미친 엄마와 병든 아버지와 넋이 나간 누나가 있는 이 집에서 도망 나가자.

나는 배고픔으로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넣고 바깥 동정을 살핀다.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숨소리와 괘종시계의 초침소리.

방문 앞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나가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을 나가야 한다.

형을 죽인 건 내 의지가 아니었어. 사고였단 말이야. 사고! 이제는 나도 용서받고 싶어.
나는 떨리는 손을 문고리에 걸어놓은 자물쇠로 가져갔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 늘 소리로만 상상하고 짐작하던 바깥세상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 3년간 가족과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숨어든 방의 문을 열기 위해 난 스스로 자물쇠를 벗긴다. 서늘한 한기가 아랫배를 스친다. 자물쇠를 벗기고 방문을 천천히 연다.

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방문 앞에 뭔가 무거운 것이 가로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열리지 않는 문을 있는 힘껏 밀어 억지로 열어 젖혔다.
찌익 하고 바닥에 들어붙어 있던 뭔가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마루는 뜻밖에도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농밀한 어둠 사이로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가 폐 속으로 스며든다.

3년 전부터 죽은 형의 환영과 함께 집안을 감돌던 그 냄새와 또 다른 악취가 뒤 섞여 마루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기절할 것 같은 악취 속에 간신히 버티고 서서 어둠이 눈에 익을 때 까지 숨을 죽였다. 너무 조용했다. 어렴풋이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발을 밖으로 내밀었다.

방 밖으로 나오는게 3년 만이었다.

"끼이익."

나는 마루를 밟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발을 쳐든다. 마루가 토해내는 비명소리였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마루를 밟는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는 그 소리에 쫓기듯 3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초조하게 형광등의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켠다.
순간 미백색 불빛이 눈이 아프도록 밝에 실내를 비춘다. 꼼짝도 않고 눈을 감았다가 뜨자 비로소 마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분비물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온갖 생활 도구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잇었다.

싱크대에는 더러운 그릇들이 하나 가득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그릇에 음식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루 저편으로 무심코 닿은 시선 끝에 화장실이 보인다. 그 열린 문틈으로 손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 검게 썩어 있는 손. 허기와 두려움에 휘청거리는 다리를 끌고 화장실로 다가간다.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시커먼 손을 바라보며 주저하다가 마침내 화장실 문을 열자 쓰러져 있는 엄마가 보였다. 나는 순간 입을 틀어막고는 아무것도 섞여 있지 않는 위액을 토해냈다. 엄마의 몸은 칼로 난자를 당했는지 갈기갈기 찢어진 옷을 겨우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옷 사이로 썩어 부풀어 오른 살이 삐져나와있다. 문을 여는 서슬에 살 속에서 고기를 파먹고 있던 구더기들이 투두둑 떨어진다.

"어.... 엄마. 이게.... 엄마...."

죽은 엄마를 향해 내밀었던 손이 차마 썩은 살을 만지지 못하고 허공을 휘젓는다. 그 참혹한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뒷걸음질쳐 그곳을 빠져나온 난 다시 숨을 멎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떤 여자가 내 열린 방문에 매달려 열쇠 구멍으로 내가 없는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인형처럼 바짝 바르고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 여자는 문에 못질이라도 된 것처럼 단단하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문을 열 때 눌러 붙어 있던 뭔가가 쩍 하고 떨어졌던 순간을, 열쇠 구멍으로 보이던 탁한 눈동자를 기억해 낸다.

"누.... 누나?"

정말 누나인가. 하지만 여자는 대답이 없다. 방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자세도 너무나 기이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만다.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소리가 성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목에서만 맴돈다. 대신 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비명이 신음으로 변해 비실비실 입술 사이로 새 나온다.

누나다.

누나가 맞다.

집안에 다른 여자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누나는 열쇠 구멍으로 날 바라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누나는 내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었다.
바짝 매단 끈 때문에 메마른 목뼈가 부러졌는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머리가 열쇠구멍 앞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다. 문을 열때 그 쩍 하던 소리였단 생각을 하자 숨쉬기가 괴로워진다.

갑자기 공기 중에 산소가 사라진 것처럼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호흡이 곤란했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죽은 누나는 그렇게 문에 달라붙어 열쇠 구멍으로 날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를 움직여 안방까지 기어간다. 하지만 미처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문지방에 가로누운 아버지의 시신이 시야에 들어온다. 살려고 몸부림을 친 건지 거기까지 나와 죽어 있었다.

경악에 휩싸인 얼굴. 부릅뜬 눈. 벌어진 입. 그리고 목줄기에 깊이 박혀 있는 식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거의 반사적으로 내 방에매달린 누나를 돌아 보았다. 누나가. 누나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아버지와 미친 어머니를 죽이고 내 방문에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한 것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그건 뭐였지. 바로 얼마 전까지 들렸던 가족의 소리. 엄마의 목소리. 누나의 발자국 소리. 이미 오래전부터 썩기 시작한 가족의 시신. 밥이 들어오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지. 노래를 부르고 속삭이고 울부짖고 내 방문을 두들긴 건 대체 뭐였지.

그때였다.

등 뒤에서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찌이이익....

뒤를 돌아보자 내 방 문고리에 매달려 있던 누나가 움직이고 있었다.

누나가 썩어 짓무른 살을 바닥에서 억지로 떼어 내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검게 썩어 있던 손가락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 힘에 못 이겨 손등의 마디마디가 갈라지는 게 보였다.
누나가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인가. 손잡이에 매달려 있던 부러진 목을 끌어당기고 있는 누나를 바라보며 나는 몸을 질질 끌고 현관 문 쪽으로 기어갔다.

그때 현관문 구석에 무심코 뻗은 손에 차가운 무언가가 만져졌다. 다리였다. 다른 시체들과 마찬가지로 검게 썩어가고 있는 누군가가 현관문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검은 얼룩 사이로 보이는 밝은 하늘색, 하늘색 원피스. 누나가 좋아하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시체. 누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엎어져 있는 시체를 뒤집어 본다. 눈구멍에 가득 찬 구더기가 꿈틀거리며 마치 살아 있는 눈동자처럼 나를 바라본다. 땅에 눌린 채로 굳어서 삐뚤어진 얼굴에는 더 이상 예쁜 미소를 짓던 누나의 얼굴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쥐에게 뜯어 먹혀 없어진 입술 안 쪽에 보이는 검은 치아의 금으르 때운 자국만이 이 시체가 누나라는 사실을 공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누나가, 누나의 시체가 여기 있다면 저 문에 매달려 있는 건 누구지. 누나가 아니라면 누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비참하게 죽인 거지.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마루를 밟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 온다. 뒤를 돌아보자 문에 매달려 있던 시체가 어느새 몸을 떼어 내 앞에 바짝 다가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누.... 누구야? 누구냐구!"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괴기스럽게 웃고 있는 입이 보였다. 그것이 부러진 목에 매달린 머리통을 내 앞으로 스윽 들이민다.

그 입에서 내뿜은 썩은 숨결을 들이마시며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시체의 얼굴을 바라본다. 놀랍게도 그 곳에는 좀 전에 거울로 보았던 내 공허하고 휑한 눈동자가 있다. 나였다.
살짝 삐뚤어진 입술이 그랬고 한번 부러졌던 콧대도 나랑 똑같았다. 내가 부러진 목을 겨우 매달고 바로 코앞에서 웃고 있었다.
산발한 긴 머리카락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손을 간질인다.
그래. 나 3년동안 한번도 머리카락을 자른 적이 없어. 그때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오는게 느껴졌다. 따뜻한 무언가가 손을 적시며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손을 들어올리자 내 손은 어느새 선홍색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부터 너무나도 또렷한 살육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새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절대 밖에서는 들리지 않을 아주 큰 비명을.......

[오유] 친구 두 명과 산에 올라가서 겪은 일.

P234

제가 밑에 글에서도 말했지만 무서운걸 좋아해서...

공포영화는 물론이고 폐교,폐가,흉가도 찾아다니고 밤에 일부러 산에 올라가기도 해요.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도 늦은 밤이면 뭐가 나와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제 친구가 교회를 다니는데 안가면 용돈을 안준다고 간다더군요-_-; 근데 그 교회 목사님이 오른손 약지가 없는데 그 약지가 잘리게 된 사연이..

저는 모르겠지만 교회 다니시는분들은 산기도란걸 한다면서요?

산에 혼자 올라가서 기도 하는거..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렸다고 해요.

어린애,여자,남자,할머니 등등 수십명이 동시에 얘기하는듯한 소리가 막 들리더니.. 풀 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자기를 중심으로 계속 빙빙 돌았다고 하더군요. 눈도 못뜬 상태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무릎도 꿇은 상태에서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계속 기도 하는데 풀밟는 소리가 멈추더니 오른손 약지를 붙잡았다고 해요.

그래서 눈 감은 상태로 막 털어내고 미친듯이 달려 내려왔는데 그 손가락만 동상에 걸려 잘라냈다는군요. 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도 듣고 하니 더더욱 산에 올라가고 싶더군요.

친구 둘이서 소주 두병씩 까마시고 15cm정도 되는 손전등 하나에 핸드폰 라이트 세개 키고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근데 손전등 밝기가 진짜 코앞만 비출수 있을정도밖에 안되더군요.

그렇다고 핸드폰 라이트가 밝은것도 아니고.. 뭐 어쨌든 셋이서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고 길 닦아놓은데로 가면 안나올수도 있다면서 일부러 좀 험한길로 갔어요. 솔직히 이 당시엔 귀신보단 뱀이 더 무섭더군요ㄱ-;;

아! 그리고 산 높이는 3시간이면 정상에 오를정도로 얼마 높지도 않은 산이죠. 그렇게 막 올라가면서 장난친다고 핸드폰으로 착신아리 벨소리라든가 그루지 벨소리 뭐 이런거 막 틀면서 낄낄거리고 있는데...

저희가 그때 걷던 길이 왼쪽은 90도 경사가 한 20m정도 이어져 있었고 오른쪽으론 나무가 굉장히 빽빽했어요.

막 낄낄거리면서 비치지도 않는 손전등으로 휘휘 돌리고 있는데 저~ 앞 바위랑 나무 사이에 뭔가 나무 같지도 않으면서 덤불 같지도 않은 무언가가 보이더군요.

순간 술이 확 깨더군요. 그리곤 뭔가 나왔다는 기대감과 호기심.. 공포가 뒤섞이면서 심장이 제대로 뛰기 시작하더군요. 손으로 코 만지는 척하면서 조용히 친구들한테...

"야.. 걷는 속도 늦춰봐.. 저 앞에 바위 보이재? 정면 말고 약간 오른쪽에 큰 나무랑 평평한 바위 안보이나?"

"어.. 보이.. 어? 어??"

"조용히 해라.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척하면서 바로 앞에 지나갈때 동시에 라이트 비춰보자"

"어어.."

뭐 이러면서 아무일 없다는것처럼 잡담하면서 그 앞에 지나갈때 핸드폰 라이트 두개와 제 손전등을 동시에 홱 비췄는데 남잔지 여잔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 형체가 무릎을 꿇었는데 무릎은 흙바닥에.. 팔은 쭉 뻗은채로 바위에 붙이고 얼굴도 팔 사이에 묻고 있더군요.

그니까 상체는 전부다 바위에 붙어있고 다리는 흙바닥에 무릎 꿇은 상태..

그 상태로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 꿈틀 한다고 해야되나요? 경련이라고 해야되나? 저흰 처음에 사람인줄 알았어요. 산에 다니다가 귀신 들려서 바위잡고 경련했다는 얘길 들어서;; 그렇다고 올라가서 확인하려하니 무섭고 그냥 지나가려니 혹시나 귀신이라면 이런 기회가 흔치가 않거든요. 수십번을 흉가,폐가,폐교를 다니고 산에 다녀봤지만 실제로 뭔가를 본건 이때가 세번째였거든요.

폐교서 한번 강가에서 한번 이때가 세번째..

그래서 돌맹이 줏어서 던져서 맞췄는데 반응이 없더니만 몇번이고 계속 던졌어요. 근데 대여섯번 맞더니 후다닥 일어납디다;;

그 상태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1초도 안걸린거 같을 정도로?; 푸덱 거리면서 일어났는데 머리는 봉두난발에 옷은 왜 그 택견할때 입는 옷인가요? 하여튼 그런 옷인데 덕지덕지 뭔가 묻어있는데 색이 잘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얼굴도 잘 안보이는데 우리쪽을 보더니.. 뭔가 중얼중얼 거리더군요.

아.. 쓰면서 생각나는데 뒷골이 확 땡기네요..ㅠ_ㅠ

중얼중얼 거리는데 뭔가 명확히 들리지는 않고 웅얼웅얼 거리는데 목소리도 남자 같지도 여자 같지도 않은 뭐 표현할수 없는 그런 목소리에 웅얼거리는 소리도 존내 듣기 불쾌하고 막 우리보고 책망하는듯한 소리 같기도 하고 우는소리 같기도 하고 염불외는 소리 같기도 하고...

하여튼 셋이서 슬금 슬금 뒷걸음질 치면서 들고 있던 돌맹이 그쪽으로 냅다 다 던져버리고 그대로 올라온길을 내달렸어요.

있는 비명 없는 비명 다 질러가면서 근데 그때부터 진짜 미치겠는건 저희가 그 사람같은걸 본 그쪽에서 우리 바로 옆쪽 수풀쪽으로 사람이 달리면서 풀에 스치는 소리 있죠? 샤샥 거리는 소리랑 풀밟는 소리.. 그 소리가 저희를 따라 계속 오더군요.

중얼거리는 소리는 멈췄지만. 진짜 막 넘어지는데도 아픈거 못느끼고 손전등은 넘어지면서 다 깨지고 가방 메고 갔는데 왼쪽 가방끈은 튿어지고 그래도 사람이 한가지 감정에 너무 치우치니까 다른건 전혀 안느껴지더라구요.

그냥 여기서 멈추면 죽겠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그렇게 산아래를 구르다시피 해서 내려왔는데 거기에 고등학교가 두개 있거든요. 여고 하나랑 남녀공학 고등학교 하나..

그 앞은 좀 밝고 하니까 셋다 주저 앉아서 꼴을 살펴보니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 & 손바닥,무릎,팔꿈치,얼굴 등등 넘어져서 생긴 상처 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흙투성이에 전 가방 튿어지고 남은 한쪽만 메고 있고 제 친구는 오른쪽 신발한쪽 없어져서 오른발바닥에서 피 줄줄 나고 진짜 완전 누가 보면 산에서 맹수랑 싸우다 온것처럼 그렇게 보였을꺼에요ㅡㅡ;;

그렇게 숨 헐떡거리면서 - 방금 우리가 본거 사람이냐? 귀신이냐? - 잘못 본거 아니지? - 막 뭐라고 하든데 그거 뭐라는줄 들었냐? 한국말이긴 한국말이었냐? 등등

셋이서 동시에 아무도 대답도 안하는데 질문만 계속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셋이서 질문만 하다가 서서히 정신 찾고 보니 순간 이 상황이 너무 웃기더군요.

귀신보자고 올라가서 막상 봤다고 생각하니 생각할겨를도 없이 미친듯이 구르고 기어가며 내려왔으니.. 너무 웃겨서 피식 한게 시작으로 셋이서 동시에 고등학교 앞에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참을 웃었어요. 박장대소를 했죠.

새벽 3시 반이 넘어서..;; 그리고 그때부터 아픈게 느껴지고 가방도 아깝고 제친군 신발 찾아야 되는데 오늘은 못올라가겠다고 하고 등등등.. 친구 자취방 가서 씻고 약바르고 다시 얘기해봤는데 셋다 본건 똑같고 듣긴 들었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글로 쓰고보니 진짜 전혀 안무서워 보이는데 저흰 그때 진짜 미칠뻔 했답니다ㅡㅡ;;

폐교나 폐가 흉가 이런데는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사람이 만든 곳이기 때문에 덜 무서운데 강가에서 봤을때도 이렇게 도망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죠.

산에서 보는건 진짜 반딧불과 태양의 차이만큼 크더군요;; 근데 그날이 지나고 대충 정리가 된 후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정말 귀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나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오유] 귀신을 보며 산다는 지인...

P231

이사람을 만나면서(?) 아니 이사람이 귀신을 본다는걸 알게 되면서 느낀 거지만 세상에는 귀신을 보면서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나중에야 제게 귀신을 본다고 커밍아웃 을 한 것이니까요.

그 선배는 그냥 정상인입니다. 왜 귀신 본다는 사람들 하면 흔히 떠올리기 쉬운 음침 하고 뭔가 괴이한 영험함 같은 것이 떠오르고... 그런거 아닙니다.

그냥 잘 웃고 떠들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모습을 보여왔던 사람이라 나중에 그가 자기가 귀신을 본다고 할 때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그냥 술자리에서 뭐 대단한 일 말하는 것도 아닌 마냥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나 귀신보잖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슥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거든요.

하지만 말해보니 이게 허투가 아닌걸 알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냥 특별한 취급 받는거 귀찮을거 같아서 말안하고 산다고 하더군요. 어릴때부터 그냥 쭉 봐왔답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사람들 속에 그냥 자연스레 섞여 있는 귀신을 보면서 커왔기에 그냥 세상은 원래 그런줄 알았고 다들 그런걸 받아들이며 사는줄 알았다고 합니다.

물론 조금씩 커가면서 주위 부모님들이 자기 눈에는 안보이는걸 어린아들이 이상한 소리 하니까 타이르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그러는걸 보면서 차차 자신은 다른 세상을 보고 있으며 남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고 더이상 귀신에 대해서는 언급 안하게 되었다고..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오던 풍경이니 귀신들이 여기저기 있는걸 봐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왜 TV 에서 퇴마사들이 그냥 배경 설명하듯이 '어머 저기도 하나 있네 쟤좀봐 우리 보고 손짓하며 오라네' 하며 웃고 그러는 것마냥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죠.

그의 말에 의하면 귀신들은 어디든 있답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기도 하고 괜시리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기도 하고... 즉 귀신들은 '아무 의미 없어보이는 짓을 하는' 것이 제일 큰 특징이라고.

자기 의견에 의하면 식스센스에 나온 유령들이 나름대로 자기가 보는 귀신들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 식스센스 보면 뜬금없이 총맞아 죽은 소년이 이리 와보라고 아빠가 숨겨놓은 총 보여준다고 하는 거나 괜히 사고나 죽은 사람이 차 옆에서 슥 들여다보고 간다든가..

즉 아무 목적성 없고 어떤 특정 행동을 반복 하거나 하는 등 귀신 자체가 애초에 생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진짜 아~무 이유없는 존재들이라 느껴진답니다.

그 선배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럼 여기저기 지금 귀신들이 있느냐 물어보니 둘러보더니 이 술집안엔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술먹고 제 원룸으로 함께 가는데 가다가 선배가 '저기 하나 있고~' 하더군요. 어디서 쓰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중형 버스 한대가 몇년째 항상 그곳에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귀신이 하나 있답니다.

가다가 여기 저기 가리키며 귀신 있다고 하는데 이건 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러다가 갑자기 선배가 어떤 아파트 앞으로 슥슥 다가갑니다? 그러더니 그곳 1층 베란다 앞의 화단쪽에 서서는 고개를 90도 치켜든 채 위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괴이한 행동에 약간 서늘함을 느끼며 선배 왜그러냐고 다가갔더니 선배가 가만 있어보라고 히죽 웃었습니다. 갑자기 그러니 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러더니 좀 있다가 갑자기 기분 나빠진 양 비켜나서는 가자고 합니다.

물어보니 아파트를 가리키며 '아니 아까부터 어떤 귀신 하나가 계속 층계를 막 뛰어올라가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떨어지더라구 땅에 닿기 전에 뚝 사라져서는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고 또 떨어지고... 그 모양새 가 하도 한심하고 웃겨서 한번 장난 쳐보려고 그놈 떨어지는 자리에서 얼굴 맞대고 기다려 본거야 근데 이놈이 내 얼굴 위로 떨어졌는데 괜히 한거 같다 기분 잡쳤어' 라고 투덜대더군요.

갑자기 저도 좀 기분이 나빠져서 '아니 그럼 그 귀신은 뭐 저 10층 넘는 아파 트를 초스피드로 계단 뛰어올라가는거네요?' 하고 억지로 웃으니 '그렇지 인간의 속도가 아니지 옥상까지 10초도 안되어 올라간다 야'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더군요.

갑자기 아파트의 불켜진 중간계단 창으로 보이는 계단으로 귀신이 엄청난 스피드로 한층 한층 올라가는 상상을 하니 기분나빠져서 걸음을 재촉했죠. 그 아파트에서 정말 투신한 사건이라도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원룸에 와서 사온 술을 함께 마셨지만 더이상 귀신 이야기는 안꺼냈습니다. 괜시리 '니 방에도 있다 야' 하고 말하면 큰일이니까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편이 낫지... ㅡ,.ㅡ

이후에도 종종 그 선배로부터 귀신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지만 귀신은 진짜 어디에든 아~무 이유없이 (혹은 거기에 있는 이유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든) 있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얘들은 애초에 깊은 생각 사고 그런 것이 없는 존재들이라 그럴 수밖에 없으며 인간적인 감정이나 사고방식 등을 바라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떤 특화된 감정 이나 목적 (원한이라든가 그런) 등 한쪽으로 치우친 특성이 강한 귀신은 있을 수 있으나 그들 역시 그 강한 한가지 감정 빼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껍데기다.

자신이 귀신들이 보인다고 해서 거기에 신경을 안쓰는 이유 역시 그들에게 관심 보이고 반응을 바란다는 것은 마치 벌레에게 대화를 걸며 내 대화에 맞춤반응을 해주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레는 건드리면 꿈틀 하는 등의 단순 반응은 기대할 수 있지만 내 말에 따라 그 말을 듣고 판단해서 다른 반응을 보인다든가 그런건 기대할 수 없지않느냐.

예를 들어 어떤 귀신이 있다고 하면 '저리가!' 라는 등의 단순한 것에는 반응할 수 있지만 '우리 어머니 정말 불쌍한 분이야 이분이 아프면 우리 식구 굶어죽어야 해 우리가 불쌍하지도 않니 어머닐 놓아줘' 라는 식으로 호소하니 귀신이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마음이 아파져서 가야겠다고 판단하고 가버렸다.. 이런 반응은 어림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단순한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왜 굿같은거 할 때나 그럴때 기도하는거 보면 막 한탄도 하고 주절주절 귀신에게 이러이러하니 어찌어찌 해달라 라고 호소하기도 하고 그러지만 결국 귀신의 반응은 거두절미하고 그 굿판의 사람들의 공통된 목적과 소원 즉 '이제 가라' 라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지 앞에 엉엉 울면서 불쌍하게 보이며 기도하고 사정 설명하고 그러는 것에 반응하는건 아니라는 것이죠.

즉 그런 행사는 여러 사람의 강렬한 염원을 모아 강력하게 귀신에게 어필하는 자리인거죠.

자기가 귀신을 보더라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무관심하면 귀신들도 그냥 그 상태로 멍청~하게 자기 의미없는 행동이나 반복하고 있게 마련이랍니다.

선배가 귀신을 본다는 것은 귀신의 존재여부를 떠나 (그 선배의 머리속에만 있는 것일수도 있으니) 일단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선배는 귀신을 어릴때부터 봐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기에 그냥 보고서 아무렇지도 않고 무관심할수도 있고 해서 저런 입장으로 이야기했지만 귀신을 안보다가 본 사람이 귀신에 계속 시달리기 쉬운 것이 일반적으로 처음 귀신을 봤을 때 느끼는 그 강렬한 공포 등의 반응 때문 에 귀신이 그에 반응해 반복해 그사람에게 보이는 셈인것 같습니다.

선배 말로는 무관심하면 귀신에게 시달릴 일은 없다 라고 했습니다. 그냥 멍~하니 의미없는 행동을 하던 귀신이 누군가 자기를 알아보고 날카롭게 반응하면 거기에 이끌려 반응할 수 있다는 셈이죠.

뭐 어쨌든 아마 세상에는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저렇게 귀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귀찮고 쓸데없어서 말을 안하는 것 뿐이겠죠 저 선배처럼.

[짱공유] 공포 실화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최근에 겪어서.. 아무래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때 그 사건...........

제겐 정말 아 이놈은 정말 친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녀석이구나...라고 당당히 말할수있는 친구녀석이있습니다..

녀석은 당시 중년탈렌트로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활약을 하시던 어머님을 둔 녀석이라 학창시절때부터 녀석의 꿈은 배우였습니다...

허나 여자문제 군대문제 대학문제 여러문제로 이 녀석은 다른 스타들보다 뒤늦게 배우에 세계로 뛰어들었죠.

그래서였을까요...아니면 녀석의 자질이 부족해서였을까요.... 한 두번 여러 드라마에 단역으로 나오더만 잠잠해지더군요....

각오는 했을테지만 녀석에겐 큰 상처였나봅니다. 매일을 음주가무에 빠져서 카드는 정지 상태에.. 힘든시기에 만난 어느 주점에 아가씨까지 아주 이 녀석에겐 답이 않나오는 상태였죠....

그래서 생각을 한게 녀석을 대리고 같이 둘이 여행을 떠나서 좀 타일러보고 많은 대화를 나눠보자 생각을했죠 제가 워낙 낚시를 좋아하는 지라 가깝기도하고 이래저래 풍경도 좋은 춘천 소양호로 떠나기로했죠.

출발을 낮 2시쯤에 했고.......그 전날도 술을 한바가지 마신 친구놈은 상태가 별루였죠..그래서 차안에서는 서로 조용히 있었던거같네요...

5시쯤 소양호 근처 청평사유원지에 도착을 했고 참 오기전엔 이 녀석에 이런저런말을 해봐야지, 그리고 호대게 혼내도 봐야지 여러 생각을 하면서 왔지만;; 막상 말만한 두 머스마가 대 낮부터 여행을 와보니 이거 참 부랄친구같은 녀석이지만 참 뻘쭘하고 할일이 없더군요......

그래서 어쩌겠습니다.......역시나....근처 닭갈비&막국수집에 들어가서.... 분명 밥을 먹자고 하고 들어갔지만 소주를 시켜서 서로 연신 들이키기만했습니다.

서로 술이 들어가서 고주망태 직전까지 가니 이제 대화에 물고가 트더군요 --;; 부랄 친구라 이 녀석에 대해 난 모르는게 없다 하고 자부했지만 이놈이 참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놈이였고.. 뒤 늦게 뛰어든 연예계에서 입은 상처또한 심하게 곪아있었죠.

그러게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보니 6시쯤 되더군요.....술도 많이 마셨고 이놈도 전날 오바해서 마신술까지 짬뽕이 되어있는 상태라 우린 바로 옆 모텔에 들어가서 잠깐 쉬고 가기로했습니다.

각자 방키를 가지고 들어갔고 금요일이라 그런지 모텔에 방이 딱 3개 남았더군요.. 녀석은 2층 전 5층에 들어갔습니다.

대충 이빨만 닦고 잠이 들었는데 두어시간 잔거같습니다. 처음 들어올때 숙박으로 들어온게 아니고 3시간타임 쉬는걸로 들어갔기에 전 대충 나갈 준비를 하고 친구놈을 깨우려고 전화를했습니다.

근데 역시나 자고있는 거 같더군요. 준비를 하고 나와서 주인아주머니께 2층에있는 친구녀석 더 쉬어여할거 같다고 숙박비 추가로 계산해주고 전 차에 낚시장비를 챙겨 소양호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드문 드문 텐트까지 치고 작정하시고 오신 강태공님들도 보이더군요. 그 사이껴서 하자니 태공분들 나이대가 저랑 너무 차이가 나기에 좀 멀리 떨어진곳에 삼단텐트(그냥 던지면 펴지는 텐트) 를 펴노코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낚시를 시작한 장소에 강폭이 상당히 좁은 강 연안(물풀이 많이 자라고 수심이 낮은 편인 이런 장소가 낚시초보자에겐 좋은 장소임) 쪽이라 건너편 까지 80미터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건너편 연안에 텐트를 치시고 낚시를 하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있었고 텐트안에 검은 그림자가 아른거리는게 텐트안에 아이에 엄마도있겠구나.....참 보기 좋은 가족이다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점점 어두워졌고...멍하니 낚시대만 바라보면서 잡생각에 빠져있다가, 문듯 친구녀석에게 온 핸드폰 진동소리에 깨어 정면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 그런거있잔습니까..멍하니 있다가 갑작스런 소리에 고개를 빳빳이 드는거.....딱 그런 상황이였죠.

어두운 시간때였지만 전 분명히 보았습니다......50미터 전방에 강물위에 분명 횐 원피스에 긴머리를한 여자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건너편 연안쪽으로 걸어가는건지...무협지에서나 볼법한 허공답보 ㅡㅡ맞나;그런식으로 연안 건너편 그 가족들이 낚시를 하던 쪽으로 가더군요.....

순간 누가 내 몸을 뚫고 들어와서 심장을 움켜지는거같은 정말 모가 뚝!하고 멈추는듯한 충격이 온몸을 휘감더군요.. 정말 너무 놀라면 비명보단 몸에 기능이 멈춰버리는듯한 충격이 옵니다... 큰 충격을 받아보신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점점 그 물체가 건녀편으로 향했고 아버지와 아들이 여전히 낚시를 하고 있는 쪽으로 가더군요.. 분명히 내 쪽보다 저쪽이 더 가까울텐데 건너편에 저 사람들이 이 여자를 못볼리가 없을텐데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계속 맹렬히 울어재끼는 핸드폰을 받았습니다 제 시선은 여전히 건너편으로 움직이고있는 그 여자를 주시한 채로......

"야 임마 너 고새를 못참고 혼자 나갔냐" 친구의 잔소리가 전화기속에서 흘러나왔지만 전 멍하니 점점 그 건너편 가족에게 다가가고있는.....

또한 그리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존재가 자기쪽으로 오고있는데 전혀 상관없다는듯이 모른다는듯이 웃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을 보면서 멍하니있을 때 였습니다.

"야 임마 너 어디냐니까" 친구의 고함소리에 전 최면에 걸린듯한 멍한 상태에서 깨어났고 다시 정신차려 정면을 주시했을때는 그 존재가 사라진 이후였습니다.

아 대낮부터 술마시면 부모자식도 못알아본다더니 이젠 물귀신도 보는구나 하면서 가방에있는 후레쉬란 후레쉬는 다 끄내서 주위를 밝혀놨습니다--;;

차근히 친구녀석에게 제가 낚시를 하고있는 위치를 설명하고 제가 있는 장소에서 조금 위쪽 공터에 내차가있으니 저녁이지만 찾는건 어렵지 않을거다. 설명을 해줬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내가 낚시를 하는지....마약을 하는지 모르는듯한 멍한 충격속에 건녀편 가족만 주시한채로 40분정도 기다리니 친구가 모 여기까지 들어와서 낚시를 하냐고 투덜되면서 오더군요... 근데.....제 친구를 부르는건 제가 엄청난 실수였습니다.......

애기족발에 소주 몇병을 손에들고 친구녀석이 도착하고

전 내 자신의 무게라도 덜어내려는듯 미친듯이 친구녀석에게

이야기를 해줬죠 그 정체불명의 여자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강을 걸어가듯이 지나가던 여자에 대해서요.

"아놔 이놈 또 시작이네 그래 그 여자 처녀인건 확실하디 ㅎㅎ?"

역시나 제 부랄친구 답게 그 동안 저에게 들었던 여러 사건들에 면역이 되어있던 친구녀석은

또 귀신이냐며 농담처럼 받아 들였죠..(1화를 보시면 짐작하시겠지만 전 이 사건의 이전이나 이후에도 많은 비슷한경험이있습니다)

친구녀석이 사온 애기족발 두팩에 소주를 까먹으며 제가 아까 겪은 얘기를 다시 해줬죠.

역시나 친구녀석은 이게 다 낮술이라는 무서운 놈 때문이라고 웃으며 떠들지만 녀석도 뜨끔했는지

이래저래 주위를 살피는게 조금은 겁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대낮에 닭갈비집에서 소주를 먹으면서 얘기할때랑은 또 다르게..

저녁에 강가에서 2개에 후레쉬 불빛에 기대어 낚시대는 찌를 물던 말던 무시하고 우린 또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죠.

최근에 친구녀석이 만나는 주점에 아가씨에 관한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모 흔히 진행되는 음담폐설까지

거기다가 처음 먹어보는 편의점표 애기족발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ㅎㅎㅎ

그리 한참 웃고 떠들고있을때 갑자기.....

"파박~첨벙"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술자리 벌이면서 몇번 입질하는 물고기들을 놓치고

웜루어(벌레모양에 인조미끼)도 귀찬아서 달지도 않고 낚시대 받침대에 올려만 놓은 상태였던 낚시대가..

(쉽게 말해서 미끼도 달지 않고 낚시 바늘을 던진 상태를 말함)

무언가에 끌려서 강물쪽으로 끌려 들어가는것이었죠.....

너무 놀랬고 순간 큰맘먹고 55만원이나 주고산 루어낚시대라 어찌되었든 낚시대라도 건저보자

어쩌피 상류연안이고 죽기야 하겠나 물에 뛰어들어서 아슬하게 낚시대 손잡이쪽을 잡을수있었습니다.

"야 임마 니 미쳤어 빨리 그냥 나와 이 새끼야"

술까지 먹은 상태에서 내가 물에 뛰어 들어가니 친구도 걱정이 되었는지 악을 고래고래 쓰더군요.

겨우 낚시대 손잡이 부분을 잡아보니 강물의 수심이 제 가슴까지 오더군요...(제 키는 182입니다)

그 급박한 순간에도 "모야 강물이 이리 깊었나...."왠지 모를 걱정이 들더군요

그래서 낚시대를 잡고 물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낚시줄은 팽팽해진 상태로 물쪽으로 끌려가고있더군요.

소양호에 기것 해봐야....쏘가리나 잉어 베스 정도인데 대체 어떤놈이기에 이리 끌어 댕기나......

초보낚시꾼이지만 나름 낚시에 로망에 빠져있던 저지만 덜컥 겁이나더군요..

아까 보았던 그 여자 생각이 자꾸 나는게 왠지 그 여자가 물속에서 바늘을 잡고 당기는건 아닐까..

라는 상상까지 하게 되고 급한 마음에 낚시줄을 끊어버렸습니다.......

한바탕 난리 굿을 치고 나니 온 옷은 물에 젖에 물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전 친구녀석에게 텐트 잘 지키라고 말을 하고 걸어서 한 400미터 정도 떨어진 차를 세워둔 장소로 걸어갔습니다

제가 직업상 항상 정장을 차에 여러벌 보관해두거든요 언제든 갈아입을수있게..

비린내까지 진동안하는 옷을 입고있을수 없으니 정장 와이셔츠랑 바지라도 끄내 입잔 생각에 전 친구놈을 두고

차있는 길가쪽으로 갔습니다.

다행이???아무일 없이 차에 도착해서 뒷자석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있는데..

"쿵"

순간 차 뒷쪽 몸통에 둔탁한 무언가가 들이 받는 듯한 소리와 느낌이 들어 놀래서 뒷 유리로 차밖을 봤습니다..

그 당시 제차가 크라이슬러300c라는 차였습니다...차 좋아하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300c차량에 뒷유리는 상당히 좁습니다

룸밀러로 뒤에 차진행 상황을 못볼정도 작아서 거의 백미러와 사제후방카메라에 의존해서 운전을 해야하는 차량입니다.

아무리 뒤를 봐도 이 늦은 시각에 이 뜸한 길가에 대체 모가와서 들이 받는다는건가...

온갓 머리속에 복잡한 생각이 교차되면서.......일단 차를 너무 아끼는--;;본능에 충실하여 항시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던

군용 컴뱃나이프를 꺼내들고 내렸습니다..

뒷자석문을 열고 조심히 내려 차 뒤쪽으로 와보니 텐트에서 기다려야할 친구놈이 제차 뒷범퍼에 등을 기대어 앉아서

눈은 완전히 풀린상태로......."ㅅㅂ...ㅅㅂ...ㅅㅂ"하면서 중얼 거리더군요..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귀신보다 그 때 그 겁에 질려 있는 제 친구의 몰골이 더 무서웠습니다.....

친구녀석에 양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도보고 뺨도 때려보고.....했지만

어린시절 과학시간에 비디오교재로 자주보던 개구리같이 친구녀석 입에선 흰 거품까지 나오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차에 태워서 근처 병원이라도 대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녀석을 업으려고 들쳐매려고 했지만

말도 안될정도로 몸이 무겁더군요....제가 유도가 3단이고..인생의 반을 여러 운동과 함께해서 힘이라면 어디가서

빠진다할 놈은 아닌데 정말 이건 말도 안되게 무겁더군요...

그래 이럴떄가 아니다 119에라도 신고해야한단 생각에 뒷자석으로 다시가서 핸드폰을 찾았지만

아까 강물에 뛰어들면서 이미 핸드폰은 맛이 가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문뜻 생각이 난게 건너편에 있던 그 가족이 생각이 나서 그 가족에게 가서 핸드폰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상류 윗쪽으로 돌아서 최대한 빨리 뛰어가면 1키로 정도 되는거리니까 금방 가겠지 하고

출발하려는 찰라에....

"배고파.....배가 많이 고파"

친구녀석이 아깐 중얼 중얼 거렸지만 이젠 똑바른 말로

"배고파 .....배고파......"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습니다.....

그냥 술주정이라 생각할수있는데 제가 이소리에 왜 멈췄냐구요......

그건 친구녀석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쩍에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연극을 하게되었는데 그때 제가 했던 역활이

마리아와 요한이 예수를 낳으려고 여관을 찾던 씬중에 여관 여주인을 했었습니다 ㅡㅡ;

그때 대사가 이런거였죠 "모~지금 방은 없고 마굿간이라도 있는데 쓰시겠수??"

대충 이런 대사를 여자목소리로 하는 씬이였죠

왠지 친구녀석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니 딱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분명히 남자인데 억지로 여자 목소리를 내려는듯한 목소리...너무 소름끼치더군요......

극도로 공포에 순간에 다가오니까 저 또한 사람인지라 살아보겠다고 별짓을 다하게 되더라구요...

대충 머리속에서 외우고있던 천부경부터 시작해서 주기도문 기타등등 별걸 다 소리내어 말했더니..

그거 때문일까요 흰자위만 간간히 보이던 친구녀석에 눈이 재대로 돌아오더군요.

그리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서 정신을 차린 친구가 하는 말은 놀라웠습니다..

물론 첫 말은 이거였죠..

"야 ㅅㅂ 빨리 시동걸어 가자 빨리"

제가 차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차로 떠나고 2~3분있다가 친구녀석은 소주도 다 비웠겠다

혼자 무서운 마음도 들고 해서 낚시가방에 붙어있는 소형라디오를 틀고 강물과 건너편에 저녁이라 이젠 텐트불빛과

낚시용 라이트까지 켜논 건너편 가족을 보면서 담배를 한대 피고있었답니다.

오히려 후레쉬와 라이트불이 약했던 초저녁보단 늦은 저녁에 그 건너편 가족들에 움직임과 상황이 더 잘보였다고 하더군요

계속 지켜보고있는데 낚시대앞에서 계속 앉아있던 아버지로 보이던 사람이 남자아이를 두고 텐트에 들어가더랍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가기전에 텐트안엔 검은 사람그림자가 움직이는걸로 봐서 아이에 엄마 되는 사람이있겠구나

했더랍니다......이젠 당연히 물가에 그러니까 낚시대 앞에 어린 남자아이 만 움직이고있었죠

근데 역시 40미터 전방에 왼 횐 옷을 입고 긴검은 머리만 보이는 형체가 물속에서 올라와서 건너편으로 종종걸음 비슷하게

가더랍니다....너무 놀라서 친구 역시 전에 겪은 저처럼 굳어있는데

건너편 아이쪽으로 가려는거 같아 괜한 용기가 생기더랍니다......그래서 아이에게 크게 고함을 치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물체가 갑자기 멈추고 방향을 친구쪽으로 돌리더랍니다.....

방향을 돌렸지만 그 여자에 얼굴은 머리카락에 다 가렸고 너무 하얀얼굴에 달빛에 의한 역광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면 모습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자기쪽으로 빠른 속도로 오는것을 보며 정신을 잃었고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일단 도망가는건 둘째치고 낚시대는 챙겨가야한다는 신념에--;

친구놈을 억지로 끌고 다시 그 장소로 갔습니다.

가는동안 친구녀석은 담배를 하나피고 바로 피고 계속 줄담배를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폈고..

저 또한 불안한 마음에 줄담배를 피면서 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그 여자귀신은 없지만 또 알수없는 공포가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텐트는 버리고 낚시대랑 가방만 재빠르게 챙겨서 친구랑 차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동을걸고 낮에 닭갈비를 먹은 유원지쪽으로 다시 왔죠..

마음과 같아선 서울까지 바로 가고싶었지만 정신적인것도 있고 음주상태이기도했기에 근처 모텔에서

좀 쉬고 가기로 했죠..다행이 방이 하나 남은게있어서 같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었죠........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나 저나 침대맡에 기대어 잠깐 잠이들었더군요......

서로 아무말없이 씻고 모텔 주차장으로 나와 차쪽으로 걸어가는데 모텔 건너편 편의점에

어제 그 강건너편에 있던 아버지와 아이가 보이더군요..

그 아버지란 사람도 우리와 눈이 마주치니 뚜러지게 쳐다보고 저희도 같이 쳐다만 봤습니다.

서로를 응시만 하다가 아저씨가 먼저 아이에 손을 잡고 저희쪽으로 오시더니 말을 거시더군요..

아저씨 : "학생들 어제 건너편에 있던 학생들 맞지?텐트를 두고 갔더라고 후레쉬랑 루어가방도 그대로 있던데"

저 : "아 아저씨 저희가 어제 술을 과하게 해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가질러 가려던 참이였습니다"

아저씨 : "거기 근처 마을 노인네들이 뭣도 모르고 그냥 가져가버릴수있으니까 빨리 가서 챙겨~"

저 : "네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때 놀라운 아저씨에 한마디가............아직 기억에 남는다

아저씨: "어제 내내 같이 술마시던 아가씨는 아직 덜깻나보네"

아침 햇살에 술기운까지 올라와 가뜩이나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친구와 나는 또 한번 몸이 마비될듯한 충격을 느꼈지요..

이젠 충격이 갈때까지 간건지 친구넘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아저씨에게 따지더군요

친구 : "아저씨 무슨말씀하세요 어제 저희 둘밖에 없었습니다"

아저씨 : "어라..?어제 그 학생들 맞는거 같은데 아닌가"

친구 : ..........

아저씨 : "난 음악까지 틀고 너무 시끄럽게 떠들길래 신경이 내내 쓰여서 한마디하려했는데

우리 쪽을 보면서 소리까지 질러 대길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취해서 그러는가 보다"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따지고 말고 하자니 우리만 미친놈 되는거같고 말나온김에 저는 차를 타고 다시 어제 그 장소로 갔습니다

어쩌피 환한 아침이고 나와봤자 모가 더 나오겠냐나는 마음이였고 또 충격이 연달아 오다보니

친구나 나에겐 이젠 공포보단 객끼가 생기더군요.....그래서 그 장소에 다시갔습니다

그때 친구랑 저는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왜냐면 애기족발을 먹으면서 테이블로 쓰려고했던 텐트에 딸려오는 조그마한 판때기 위에

종이컵이 3개였습니다..

"아니야 우리가 취해서 잔을 떨어 트렸거나 그래서 모 하나 더끄내서 썼나보지"

하면서 서로 그냥 쓴웃음 지으면서 텐트정리를 하고있는데

편의점에 가셨다가 다시 건너편 본인 텐트로 돌아가시는 아저씨와 그 아들이 이쪽을 지나가면서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거봐 어제 이 자리 학생들이 쓴거 맞구만"

-end-

[오유] 내가 안방에서 잠들지 못하는 이유

지금부터 쓰는 글은 제가 진짜 귀신을 본건지 아니면 그냥 가위에 눌린건지 잘 모르겠지만 생생히 기억하고있는 실제 겪은 일들 입니다.

Part 1.

아마 제가 군대에 가기전, 2002년 여름이나 초가을이었던것 같습니다. 주말 아침에 잠깐 외출후 집으로 들어왔는데 잠시 피곤한감에 안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잤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살짝 깼습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왜, 아마 안경쓰신분들은 아실겁니다. 안경을 벗으면 눈앞이 희미~하게 보이는걸... 저도 시력이 0.1이 안될정도로 나쁘기때문에 눈을 떳지만 대부분 희미하게만 보였었죠 시간이 대략 오후3~4시쯤이었는지 방엔 살짝 햇빛이 드리워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몸은 쥐가난듯 뻐근하기만해서 눈만돌려 방안을 살피는데... 응? 제 앞에 누군가 서있는것 같았습니다. 아니, 분명히 서있었습니다. 제가 누운자리가 일어나면 바로앞에 전신거울이 있는데 그 앞에 누군가, 아니 여학생이 서있었습니다. 참고로 누나가 있긴 하지만 교복을 입을나이도 아니었고 저희집에 여학생이 올 일도 없었죠 그래서 밑에서부터 쭈욱 위를 올려다보는데... 목 위가 허공이었습니다. 그냥 목 위는 뒤편의 거울만 보이고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공포영화처럼 잔인하게 목에선 피가흐르거나 해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 목 위론 깔끔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허공에 사람을 매달아놓은냥 사~알며시 흔들거리고있었죠 마치 아지랑이처럼;;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믿지도 않는 온갖 신께 기도하며 눈을 꽉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와중에도 뭔가 부스럭거리며 흔들거리는 소리가 귀에 맴돌더군요;;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계속 눈 꽉감고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가는와중에 밖에서 대문소리가 철컹~ 하고 들렸죠. 잠시후 들리는 현관문 여는소리...철컥~ 저벅저벅.... 누군가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흔들기 시작했죠. "또치야~ 또치야~ 일어나~" ...누나였습니다. 순간 안도감때문인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더군요. 누나는 무슨일이냐고 묻고...;; 주위를 살펴보니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어가고있었습니다. 대략 대여섯시간을 그렇게 혼자 씨름을 하고 있었던거죠;; 하지만 정말 기억이 어찌나 생생한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전 절대 죽어도 안방에선 잠을 자지 못하고있습니다.

Part 2.

이건 제방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 침대생활을 하는지라 주말에 피곤하여 잠시 잠을 청했죠. 얼마쯤 잤을까....배가 몹시 무겁다는 생각에 잠에서 깼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몸은 거의 움직일수가없었죠. 간신히 고개만 들어 배를 보니 누군가가 침대밑에서부터 무릎을 꿇고 제 배위에 엎드려있더군요. 순간 누나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느낌이 이상하리만치 차가웠고 또 머리가 많이 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옷도 밋밋한 하얀옷... 그렇게 몇초... 아니 1초도 안되는 시간이었는지 모르죠. 보고있으려니 갑자기 제 배위에 엎드려있던 여인이 마치 잠에서 막 깨듯 움찔~ 하는거였습니다. 그러더니 살며시 고개를 드는데 순간적으로 절대 눈을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 미친듯이 들었습니다. 아니 생각이 들어서인지 본능이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곧바로 기절했습니다. (정말 기절했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고 눈을떠보니 배위엔 아무도없고 집에도 물론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헉헉거리며 시계를 보니 제가 잔 시간이 10분정도;; 그뒤로 침대 배치를 바꿨습니다. 침대양옆으로 가구를두어 누가 무릎꿇고 배위에 엎드리지 못하도록;;

Part 3.

이건 아마 군대를 다녀오신 남자분들만 이해하실지 모릅니다. 군대라는곳...정말 나중에보면 별것아니지만 처음엔 모든것이 낯설고 어렵고...때론 무섭게 느껴지죠. 제가 훈련병시절 훈련을 받던곳의 막사는 한 내무실에 40여명이 자는 커다란 내무실이었습니다.(지금은 생활관이라고 하나요?;; 아무튼;;) 그중에 제 자리는 한쪽 거의 맨 끝이었습니다. 벽쪽으로 동기가 한명 있을뿐;; 그날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훈련을 받고 피곤한 기운에 취침과동시에 잠이들었습니다. 얼마를 잤을까... 제가 겨울즈음에 군대를 가서인지 자다가 추워서 잠이 깼습니다. 주변에 안덮는 모포가 있으면 하나 더 덮을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는데... ... ..... ....... 어? 이상하게 깔려있는 매트리스도 제것뿐이고 자고있는것도 저뿐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서 무서워 주위를 살피는데 내무실 제 침상쪽 반대편끝에 누군가가 있는듯 보였습니다. 자그마한 창가로 살며시 드리운 달빛에 살짝 비춰진 실루엣이 분명히 사람이었습니다. 눈이나빠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다 제 시선을 인식했는지 역시 움찔~하며 깨더니 스윽스윽 제쪽으로 오기시작했습니다. 두다리로? 아니...두 팔로.... 다리가 잘 보이진않았습니다 솔직히... 있는지 없는지... 그러나 그는 두 팔을 이용해 열심히 제쪽으로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매우 기하학적인 패턴이지만 정말 필사적이어보였습니다. 매우 느린속도지만 정확히 저를향해 오고있었습니다. 정말....눈물이 날뻔했습니다. 잠이라는...꿈이라는 인식도 안서고 추워서 깬 터라 잠도 다시 들수없고;; 눈물이 앞을 막 가리기 직전...중대 기상이라는 우렁찬 방송소리와 함께 햇살이 눈을 쪼았습니다. 6시...기상시간이더군요. 일어나서 멍~하게 있으니 전후조였던 동기가 괜찮냐고 안부를 묻더군요. 이 이후론 잘때 동기와 한이불에서 자달라고 떼쓰다 잠들었답니다;;;

..... 참 시간이 지나고 쓰자니 그때의 그 무섭고도 무섭던 순간들이 다시금 떠올라 싸늘하네요;;

[웃대] 월화수목금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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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월요일, 달이 사라졌다.

달이 사라졌다.
지금 방송에서는 난리도 아니다. 아니,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인터넷과 같이 정보를 전달해 주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달의 실종만이 흘러나온다.

이유는 불명. 그냥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가운데, 달이 사라졌다.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달의 실종으로 쏠려있다.

하지만, 나는 흥미가 없다.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이 실종된 일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아무런 관련도 없다.
조수 간만의 차가 없어진다고? 나는 내륙지방에 살고 있다.
생태계가 교란된다고? 나는 잡식성이다. 뭐든 잘 먹는다.
밤이 더욱 어두워진다고? 가로등이 있으니 상관없다.
늑대인간이 곤란해진다고? 이건 뭐….

나에게 있어서 달의 실종이란, 이번 달에 받은 핸드폰 요금 고지서보다도 덜 충격적인 사건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달이 실종된 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이어서 달이 사라지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는 정도?
그것 이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

세사에 찌들려 극도로 현실적이 되어버린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달의 실종이란 사건은 너무나도 임팩트가 작았던 것이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세상에… 달이 사라진 것이 임팩트가 작다고 한다면, 나에게 충격을 줄 사건이 있기나 할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 아마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세상을 알아버렸으니까.
왜냐하면, 나는 현실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래…, 이런 세상에서는 꿈을 꾸는 것은 잠을 잘 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아아…. 나는 너무 염세적이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시간 낭비이다. 차라리 이럴 시간에 아르바이트 자리나 찾아보자.

나는 고개를 흔들며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펼쳤다.

--그리고 화요일, 화성이 사라졌다.

##

내가 화성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 별 생각 없이 신문을 펴보니 1면에 큰 기사로 나와 있었다.

화요일인 어제,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에 화성이 사라진 것이다.
원인은 이번에도 역시 불명.
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징후도 없이 갑자기 화성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저께는 달이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화성이라…. 그렇다면 이제는 달 토끼와 화성인을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실소한다.
그러고 나서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개구쟁이 2명의 가출 사건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렸다.

어제도 말했지만 이런 건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다. 그저 졸릴 뿐이다.
그래, 차라리 낮잠이나 자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요일, 수성이 사라졌다.

##

수성이 사라졌다. 원인은 불명.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3번이다.
벌써 3번째나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사건. 이상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누군가의 힘이 개입된 것일까? 외계인의 짓? 아니면 인간을 벌하기 위한 신의 경고? 그것도 아니면….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생각을 커트한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궁리를 해보아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결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이런 건 보다 높으신 분들, 정치인들이나 과학자 같이 나와는 계급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뭐…, 적재적소라는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아르바이트 자리나 찾고, 그 사람들은 지금까지처럼-정치인들은 오랜만일 테지만- 머리를 굴려 해결책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진행되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나답지 않게 그런 일로 골머리를 썩이는 것보다는, 아르바이트 자리나 하나 더 찾자. 그러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고, 나를 위해서도 더 좋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흔든 뒤,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펼쳤다.

--그리고 목요일, 목성이 사라졌다.

##

…매일 마다 하나씩 행성들이 사라져간다.

그 사실을 알고 나에게 느껴지는 것은, 공포가 아닌 답답함….
물론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래봬도 하루에 하나씩 행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인 내가 공포를 느끼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행성들이 사라져간다는 공포보다, 그 알 수 없는 힘을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큰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절망감은 나에게, 이미 잊어버렸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분했다….
너무나도 분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세상의 룰을 정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나는 어째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는 거지? 나는 어째서 한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의 룰을 정할 수 없는 거지?
어렸을 때 자신에게 수십 번, 수백 번 되물었던 물음들이 다시 한 번 솟아올라 머릿속에서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야, 뭘 그렇게 생각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러 기냐?”

문득, 친구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는… 카페이다.
역 앞에 위치한 조그마한 카페로, 싼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좋아 가끔씩 애용하고 있는 곳이다.

“뭘 그렇게 생각 하냐니까?”
“아… 미안,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친구의 책망어린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한다.
아무래도 상념이 길어진 탓인지, 친구들의 말을 잠시 무시했던 모양이다.

“에휴, 됐다. 됐어. 내가 너에게 뭘 더 바라냐, 이렇게 나와 준 것만 해도 어딘데.”
“하하하….”

나는 난처한 웃음을 흘리며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을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날이다.
모인 애들은 나까지 포함해서 5명.
모두 고등학교 때 친구들로서,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악연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뻔질나게 만나서 놀러 다녔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날마다 소주를 깠던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었다.
나 때문이다….
최근에 나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해서인지 나와 4명과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졌었고, 얼마 전에는 연락마저 거의 끊긴 상태였다.

그러던 것이, 어제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오랜만에 만나자는 한 녀석의 연락이었다.

나는 한동안 만나지 못해 얼굴들이 그리웠고, 연락을 자주 못한 것이 미안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승낙을 했었다. 하루정도는 아르바이트를 빼먹어도 괜찮을 듯했고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들 5명은 커피숍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다.
사실 우리들이 만나면 거의 술집으로 직행이지만, 시간이 조금 일렀고 오랜만에 만난 것이니 맨 정신으로 이야기나 조금 하다 가자고 해서, 이렇게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건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은색 빛깔의 광채가 행성들을 하나씩 없애버리는 거라고.”

우리들이 나누는 화제는 당연히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행성들의 집단 실종.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원인들을 말하고 있었다.

“하하하, 은색 빛깔의 광채는 무슨…. 차라리 은색 빛 도는 외계인이 없애버린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겠다.”

여러 가지의 의견들.
그 중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득력 있는 의견도 있었고, 절로 웃음 지어지는 유쾌한 의견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외계인 설이다.
참고로 나도 이쪽에 속해 있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평소와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서먹서먹함만이 약간 묻어 있을 뿐, 예전의 우리들과 딱히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행성의 실종이란 사건은 우리들에게 흥밋거리 이외에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 우리들 중 한명이 그.것.을 말하기 전까지는….

“하하하. 월요일에는 달. 화요일에는 화성. 수요일에는 수성. 목요일에는 목성이 사라졌으니, 이대로 간다면, 일요일에는 태양이 사라지겠네? 하하하.”
“하하하하. 그거 말 된다.”
“하하하. 정말이네.”

한바탕 쏟아지는 웃음.
모두가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는다.

하하하.

캬하하.

아하하.

파하하.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탓인지, 아직 남아 있는 서먹서먹함을 날려버리기 위함인지, 모두들 큰 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침묵한다.

“……”
“……”
“……”

길게 이어지는 침묵.
서로가 서로의 시선을 피한다.

“……”
“……”

방금 전의 그 말로 인해… 다른 녀석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
“……”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들을 둘러싼 세상은 깨져버리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두 죽네.”
“……”
“……”

아아… 말.해.버.렸.다.

한 녀석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
쏟아진 한줄기의 말은 총알이 되어, 각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행성. 실종. 일요일. 태양. 그리고… 죽음.
몇 개의 키워드.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녀석의 비명.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모두 미쳐가기 시작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말도 안 돼. 이런 건, 말도 안 돼. 웃기지마. 이런 게 사실일리가 없잖아.”
“살려줘!! 살려줘!! 잠깐 말도 안 돼!! 으아아아아아아아!!!”
“죽고 싶지 않다고오오오오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들.
냉철하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당연하다. 여기는 카페이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점원을 보니 수화기를 들고 있다. 신고하려는 것일까?

“일요일에… 일요일에 태양이 사라져버려!! 태양이 사라져버린다고!! 안 돼!! 안 돼!!”
“저… 저 바보!!”

나는 한 녀석의 비명소리에 놀라 소리쳤다.
바보 같은 놈.
그런 것을… 그런 것을 말해버리면….

나는 그 녀석의 말을 수습하기 위해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굳어진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아아… 이미 카페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상한 고요.
사람들이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우리 일행들만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
“……”

유리로 빚어 올린 듯한 침묵.
그것은 금세 산산이 조각날 듯 보여, 숨이 막혀온다.

“……”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침묵은 깨져버리고, 사람들은 깨어났다.

“아…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엄마…. 사실이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전염되는 공포.

한 순간에 퍼져나간 비명.

절망의 그림자가 카페 안에 있는 모두를, 스멀스멀 집어 삼킨다.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행성들의 실종.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그것들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아아아아아아!!!!!!!!!!”
“그만해!! 그만!! 정신 차려!!”
“으아!!!!!아아아!!!”

비명. 절규. 공포. 절망. 좌절.
그 모든 것들이 한 데 모여, 탐욕스러운 입을 벌린 채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이제 그만 진정하라고!!”
“아하.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세상이, 세상이 멸망하네.”
“그만하라고!!”
“세상이 멸망한다네, 하하하.”
“……”

그것은 내 친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 보다 더욱 심했다.
가장 먼저 깨달아서 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영향을 받아서 일까, 나를 제외한 4명은 엄청난 공황 상태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공포는 전염된다고 했나?
카페에 가득 차오른 비명소리에, 나도 아까부터 충격과 공포의 늪에 다리 한쪽이 빠져들어 가는 느낌이다.
이대로라면 나도 위험할 듯하다.

“꺄아아아아아!!!!!!!”

저렇게 비명을 지르며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사양이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빨리 나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아아아아아!!!”
“미안하지만 나 먼저 간다.”
“아아아아!!!”

나는 친구들을 내버려둔 채, 내 몫의 커피 값을 테이블에 얹어 놓고 빠르게 카페를 빠져 나왔다.

나는 달린다.

“하아 하아..”

숨이 차오른다.

“하악 하아아..”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하학. 하아학.. 쿨럭 쿨럭 켁켁.”

차오르는 숨결에 사레까지 들린다.

“아아아악!!!! 으아아아!!”

하지만, 나는 달렸다.
계속해서 달렸다.

“으이익!! 아아악!!”

바늘을 집어 삼킨 듯 공기가 폐를 찔러와도,
누군가가 심장을 부여잡고 뒤흔드는 듯 심장이 조여와도,

나는 달렸다.

“아아아아악!!!”

공포로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답답함으로 가슴이 터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달린다.

그리고… 쓰러졌다.

-철 퍽

약간은 부드러운 소리.
마치 맨땅에 헤딩을 하듯 땅을 바라보며 엎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스텝이 엉기면서 쓰러진 것이다.

“하아. 하아.”

이상한 느낌이었다.
머릿속의 나는… 상상 속의 나는… 아직도 계속 달리고 있는데…, 어째서 현실 속의 나만이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거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알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몸을 180˚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다. 그리고… 검다.

나는 하늘을 향해 참았던 숨을 마음껏 내뱉으며 심호흡을 했다.

“하아. 하악. 악아악.”

이윽고 찾아오는 호흡곤란.
숨 쉬기가 힘들어지면서 머리가 멍해진다.

“하아.. 젠장. 하악. 이런. 하악. 말도. 하악. 안되는..”

불쾌한 감각.
절로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다.
숨을 한번 들이쉴 때마다 어둡고 불쾌한 기운들이 둥실 뭉개 피어올라,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화가 난다.
짜증난다.
열 받는다.
짜증난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짜증난다.

이세상이
짜증난다.
내 자신이
짜증난다.
행성들이
짜증난다.
심호흡이
짜증난다.
공기가
짜증난다.

짜증나는
이 상황이
짜증난다.
짜증난다.
짜증난다.
짜증난다.
짜증난다.

--아아… 짜증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슴속에 뭉쳐있는 응어리를 내뱉기 위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막막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의 마지막 발악.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미미한 수준이지만,
작은 저항이지만,

나는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어느 정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을까?
가슴 속의 답답함이 약간이나마 사라진 것이 느껴진다.

내가 내뱉은 소리뭉치와 함께 하늘로 흩어진 걸까?
꽉 막힌 가슴속에 내가 지른 소리로 인해 약간의 구멍이 생긴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슴속 답답함과 함께 깊었던 절망감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이대로 주저앉아 멈춰있으면 안 된다는 것.

움직이자.
그리고 행동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 죽도록 발악해보자.
이 세상에 널려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나에게 닥친 상황이 너무나 암울한 것이라도, 빠져나갈 일말의 가능성은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찾자. 그리고 붙잡아, 절대 놓치지 말자.
그래, 해보는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이나마 마음속에 여유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입가에는 작게나마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는 이 상황에서 나만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이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다.

나는 위대하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특별하다.
하하하, 웃음마저 나온다.
이제부터이다. 이제부터 무기력한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것이다.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이 세계에 닥친, 대재앙에서 살아남는 것.
중요한 고비는 일요일.
정확하게 말하면 모레 아침 9시이다.
대비할 시간은 아직 하루가 남아있다. 충분하다.
오늘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준비해야 하는 것을 찾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자.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을 쳐보자.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집 앞까지 걸어갔다.
아까 전에 달릴 때 무리를 해서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거기다가 넘어질 때 생긴 아픔이 아직까지 몸에 눌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이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TV를 켰다.
어째서냐고? 어떤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모난 TV박스 안에서는 아나운서 한명이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지루한 내용.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채널을 돌리지 않고 끈기 있게 뉴스를 봤다.

그리고… 마침내 뉴스가 잠시 멈추고, 다급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내가 원하던 소식을 전해주었다.

“속보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 아침 9시에 금성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요일, 금성이 사라졌다.

##

오늘은 토요일. 태양이 사라지는 것을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외출할 준비를 시작했다. 내일을 대비하기 위하여 준비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해야할 물건들의 목록은 어제 정해 놨다. 앞으로의 계획도 몇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이미 세워 놨다. 이제 남은 것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뿐이다.

나는 외출 준비를 끝마치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이미 점심때를 훌쩍 지나 오후에 다다르고 있었다.
…오전 9시는 이미 지나가버린 지 오래이다…. 어젯밤에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있어 잠을 늦게 자서인지, 늦잠을 자버린 것이다.

토성은 사라졌을까…?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토성의 실종 여부는 인터넷만 잠시 검색 해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의 준비란 살아남기 위한 준비이다.
토성의 실종을 확인하는 것은 모든 준비를 끝마친 후이다.

두고 봐라… 반드시 살아남고 말테다.

나는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진 뒤, 현관문을 박차고 나섰다.

약간은 비좁은 듯한 통로를 지나 계단으로 걸어간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통로형 아파트이다.
물론 이 아파트는 내 소유가 아닌, 친척에게 잠시 빌려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열악한 자금 사정을 알고 있는 삼촌이 관리비나 낼 수 있을 정도의 굉장히 싼 가격으로 빌려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런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걸음을 조금 빨리하여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3층. 엘리베이터를 타기에도 뭐하고, 안타기에도 뭐한 층수이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서 보통은 안타는 편이다.

1층으로 내려간 나는 유리로 된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나갔다. 약간은 후덥지근한, 하지만 신선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나는 구해야할 물건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떠올린 뒤, 걸어갈 방향을 정하기 위하여 대강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세상이… 세상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양 볼을 찰싹 찰싹 때렸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을 반복한 뒤, 나는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정신을 되찾은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타고 있는 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불타고 있는 것은… 저 멀리 보이는 산이었다.

나는 망연자실해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째서… 산이 불타고 있는 거지?

꽈장창!

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며 살짝 움츠러들었다.
유리창이라도 깨진 걸까…? 나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변화는 없었다.

바닥에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쓰러진 나무에서 나온 가지들과, 부서진 건물에서 나온 파편들과, 파괴된 자동차에서 나온 잔해들로 뒤덮여 있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깨진 유리창에서 나온 유리조각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딱히 변하는 것은 없다.

그래… 세상은… 이미 미쳐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요일에 세상이 멸망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일요일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단 하루다. 단 하루 만에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렸다….
아무런 낌새도 없이, 아무런 대비도 못 한 채로 세상이 180° 반전돼버렸다.

“우으….”

멍하니 있던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신음 소리이다.

나는 멍한 머리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았다.
소리가 난 곳은 아파트 입구였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 한 명이 비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저 사람이 낸 소리인 듯하다.

약간 거리가 있어 정확하진 않지만 다리를 다친 것일까, 그 사람은 한쪽 발을 땅에 끌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다친 곳은 다리뿐만이 아닌지 그 사람의 걸음걸이는 심하게 위태로워보였다. 마치… 한 발을 내딛는데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 쓰는 듯이 보였다.

“도… 도와… 주….”

갑자기 그 사람이 내 쪽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는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까, 심하게 흔들리는 그 사람의 손과 폐부에서 쥐어짜낸 듯한 그 사람의 희미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처절하게 느껴진다.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쪽으로 갈게요.”

나는 그렇게 외친 후, 그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때, 그 사람의 뒤에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비틀거리는 저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일까? 다행이다.
솔직히 나 혼자만으로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 나타난 사람들은 부목으로 쓸 것인지,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비틀거리는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막대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사람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무언가가 깨지는 비현실적인 소리가 들린다.

쿵!

마치 물먹은 통나무가 쓰러지는 듯한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

…!?
어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

어째서… 저 사람이 쓰러지는 거지….
어째서… 쓰러진 저 사람에게 막대기를 내려치는 거지….
어째서… 쓰러진 저 사람은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거지….
어째서… 뻗어진 저 손이 힘없이 땅으로 가라앉는 거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세상이 미쳤다면… 미친 세상의 구성원인 인간들도 미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나는… 무엇으로부터 살아남아야하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으로부터인가.
아니면… 인간으로부터인가.
나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순간, 쓰러진 사람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얼굴을 마주보고 잠시 대화를 하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도망쳐야한다. 아니면… 죽는다.

재빨리 아파트 현관으로 달려 들어간다.
계단을 목표로 1층 통로를 달려간다. 엘리베이터는 안중에도 없다.
계단에 도달했을 때 뒤에서 아파트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다.
계단을 타고 죽자 살자 뛰어 3층으로 올라간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1층에 있는 그들과 눈이 마주친다.
3층에서 다시 통로를 지나 우리 집 문 앞까지 달려간다.
미리 꺼내둔 열쇠를 열쇠구멍에 집어넣는다. 손이 덜덜 떨려서인지 자꾸만 엇나간다.
그들의 위치는… 이미 3층에 올라와있었다.
간신히 열쇠로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문을 잠그고 걸쇠를 건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쓰러진다.

살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쾅쾅쾅!
“문 열어!”

그러나… 그 순간 들려오는 고함소리.
그들이다. 그들이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점점 그들이 두들기는 소리가 커진다. 문이 부서질 듯 마구 흔들린다.
동시에 나의 몸도 마구 떨린다.

그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목격자를 해치우기 위해서인가?

아니, 아마… 아닐 거다…. 그들은 단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몇 번 마주친 그들의 눈빛이 그렇게 말해주었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자, 그들은 지쳤는지 현관문이 잠잠해졌다.
그들이 돌아간 것이다.

“하하하… 하하하하….”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한 번 웃게 되자 그야말로 웃음이 봇물 터지듯 새어나왔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그야말로 미친 듯이 웃었다.
이런 미친 세상은 웃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이런 미친 세상은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그러다 문득 나는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졌다.

나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컴퓨터의 전원을 올렸다.

지루한 로딩 시간이 지나간 후, 간단한 조작으로 인터넷 검색창을 띄었다.

따닥따닥 경쾌한 타자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몇 가지 단어들이 써졌다.

가볍게 눌린 엔터와 함께, 화면에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토성은…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토성이 사라졌다.

##

그리고 마침내, 일요일이 찾아왔다….

나는 눈을 떴다.

알람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00분. 태양이 사라지기 60분 전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20분. 태양이 사라지기 40분 전이다.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해서인지 출출해진 나는 토스트를 구워서, 잼을 발라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맛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0분. 태양이 사라지기 20분 전이다.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진 나는 베란다로 나가, 의자를 얹어놓고 그 곳에 앉았다. 하늘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4분. 태양이 사라지기 16분 전이다.

앞으로 얼마 후면 태양이 사라질 것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태양이 사라지면, 아마도 저런 맑은 하늘은 다시는 볼 수 없을 테지….
나는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로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태양이 사라지는 예상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이다.
이미 사라진 다른 행성들이 모두 아침 9시에 사라졌으므로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행성들이 아침 9시에 사라지는 이유는 정확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기로는 세계표준시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즉, 세계표준시간으로 자정이 지나서 요일이 바뀐다면, 바뀌는 요일에 해당되는 행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월요일에는 달이, 화요일에는 화성이 사라지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한국의 시간은 세계표준시간에서 9시간이 더해지므로, 세계표준시간을 기준으로 요일이 바뀌는 순간 한국에서는 아침 9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침 9시에 행성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뭐… 아무튼 중요한 것은… 태양은 오늘 9시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나는… 이미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저항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보다 옳은 말일 것이다. 태양의 실종은 연약한 인간에게 있어 너무나도 커다란 폭력이다. 한낱 인간인 내가 그것을 막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나는 어제의 일로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이라 한다면, 그것은… 기다리는 것.
태양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기원하면서, 오늘 아침 9시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그것뿐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가능성이다.

유일한 가능성이라….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삐 삐 삐 삐

그렇게 얼마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손목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아까 전에 미리 맞춰 논 것이 울리는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9분. 태양이 사라지기 1분 전이다.

이제 1분 후면 세계가 멸망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세계가 점멸하고, 나는 정신을 잃은 뒤 침대에서 눈을 뜰 것만 같다.
“아! 꿈이었구나!”라고 안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날리 없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9분 30초. 태양이 사라지기 30초 전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했나.
갑자기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난다.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후회됐던 일….
그 중에서도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만약… 만약에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다시는 후회될 일들을 만들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없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9분 45초. 태양이 사라지기 15초 전이다.

남은 시간은 드디어 15초.
태양이 사라질 때까지, 세상의 종말이 찾아올 때까지, 15초가 남았다.
이제 15초 후면, 이 세상은 암흑으로 뒤덮이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지구는 죽음의 행성이 되는 것이다.
아아… 상상만 하더라도 무섭다. 두렵다.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다….
내가 죽는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9분 55초. 태양이 사라지기 5초 전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5초.
나는 시계의 초침에 눈을 고정했다.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4초.
긴장과 두려움에 의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손바닥에는 이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초.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직 태양은 존재한다. 아직은 말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2초.
2초 후면 태양이 사라진다.
무섭다. 두렵다.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달아날 곳이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1초.
눈에 힘을 주며, 시계를 바라본다.
온몸이 긴장되어 오감이 확장되어서인지, 초침의 작은 움직임마저 느껴진다.
1초가 1분 같고, 1초가 한 시간 같다.
이것이 바로, 제논의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패러독스라는 것일까…?
마치 이대로라면, 아침 9시는 영원히 오지 않을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하니, 9시 00초.

                  세상은 암흑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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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을 떴다.

약간 열린 눈꺼풀 사이로 밝은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당황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은 하늘.
하늘은 아직까지 파란 빛을 간직하고 있다.

태양은 어디 있지?
나는 미친 듯이 태양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세상에 빛을 흩뿌리면서 빛나고 있는 태양을.

시간을 확인하니, 9시 02분.
태양이 사라져야 되는 시간에서 2분이나 지났다. 하지만 태양은 아직 존재한다.
그렇다. 태양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라지지 않았다.

방금 전 세상이 암흑에 뒤덮인 것은, 단지 내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나온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다. 태양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살았다. 우리 인류는 살았다. 살아남은 것이다.
달이나 다른 행성들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태양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딴 행성은 수십 개, 수백 개가 사라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태양은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으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크게 웃으면서, 큰 함성을 질렀다.
우리는 살아난 것이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다.
하하하하하하. 우리는 살아난 것이다.
태양은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살았다. 살았어.

태양이 사라질 것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인류가 멸망할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태양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은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는 살았다!!!!!!!! 하하하핫.”

나는 기쁨에 겨워,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강하게 빛나면서, 영롱한 태양빛을 세상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아름답다.
미치도록 아름답다.
아름다운 태양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저렇게 아름다운 태양을 향해, 큰 환호성을 질러보고 싶어졌다. 아까 웃으면서 내뱉은 함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훨씬 더 큰 소리로 말이다. 가능하다면 태양에서조차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말이다.

좋아 해보자.
나는 큰 소리를 지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우선 손을 깔때기 모양으로 모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런 다음 큰 소리를 지르기 위해서, 숨을 약간 들이마신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암흑에 휩싸였다.

“!!??”

나는 당황했다.
갑자기 누군가가 방안의 불을 꺼버린 듯, 갑자기 누군가가 커튼을 쳐버린 듯, 온 세상의 빛이 사라졌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하늘.
그리고 그런 암흑의 세계에 촘촘히 박혀있는 수많은 빛 무리들.

별이다.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별들이, 하늘에 새겨져 있었다.

나는 순간 어떤 예감이 들어, 태양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태양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이지…? 태양이 사라진 건가? 하지만 왜!!??
방금 전만 해도, 9시가 지났는데도 태양은 계속 떠있었는데!!
어째서야!!
어째서냐고!!??
어째서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9시가 지났잖아. 태양이 사라지는 것은 9시이잖아.
우리는 9시만 무사히 넘기면 되는 거였다고.
규칙이 틀리잖아. 룰이 다르잖아.
룰을 준수하라고!!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유가 뭐야.
원인이 뭐야!!??

나는 순간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졌다.

수많은 가능성.

여러 가지 원인.

알 수 없는 변수.

카오스적인 요소.

“아!!!!!!!!!!”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간단한 사실이다.

이 세상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간단한 상식이다.

그것은…

……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8분 19초.

그래… 태양은 이미 8분 19초전에 사라졌다는 것을….

아아… 태양이 사라졌다.

--그리고 일요일, 태양이 사라졌다.

##

나는 온도계를 바라보았다.

1℃가 떨어진다.

아직은 괜찮다.
보일러를 가장 높은 온도로 설정해놓았고, 집에 있는 전기난로를 틀어놓아서인지 아직까지는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더울 정도이다.

1℃가 떨어진다.

하지만 난로를 끄거나,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금 느끼는 이 따뜻함이 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맛보는 온기가 될 테니까….

1℃가 떨어진다.

나는 살짝 몸을 떨었다.
아직 온도는 높다. 추위 때문은 아니다.
두려움 때문이다.

1℃가 떨어진다.

미칠 것 같다.
무섭다.
두렵다.

1℃가 떨어진다.

1℃가 떨어질 때마다, 약간씩이나마 추위가 느껴질 때마다, 나의 심장은 미칠 듯이 요동친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1℃가 떨어진다.

알 수 없다….
알고 싶지 않다….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공포가,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다.

1℃가 떨어진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1℃가 떨어진다.

태양은 사라졌고.

1℃가 떨어…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전무하고.

1℃가…

우리 인류는 이제…

1℃..

멸망한다는 것을…

1……

.......

......

.....

....

...

..

.

(끝)

(웃긴대학 銀色님 작품)